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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16- 성경, 내겐 어떤 책인가?

눈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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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섭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학장, 동양철학)


 「주자어류」(朱子語類)의 독서법은 상ㆍ하 두 편으로 돼있다. 상편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경서를 읽는 것은 배우는 사람의 두 번째 일이다"(讀書乃學者第二事). 의미심장한 말이다. 경서를 읽는 것이 두 번째 일이라면, 첫 번째 일은 무엇일까? 많은 학자들은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으로 풀이한다.
 하긴 공자도 논어에서 "젊은이는 집에서는 효도하고 밖에서는 공손해야 하며, 신중히 행동하고 신의를 지키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이를 가까이 해야 한다. 이렇게 행하고 남는 힘이 있다면 글을 배워야한다"(子曰 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凡愛衆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問. 「學而篇」)고 일러준 적이 있다. 올바른 삶에 대한 지향과 노력이 바탕이 됐을 때 진정한 학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성경을 읽기 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순수한 믿음이다. 마치 유학에서 공부의 목적이 `사람이 되는 것`(爲人)이듯, 우리가 성경을 읽는 것은 참다운 신앙인이 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러한 지향을 지니지 않는다면 성경은 한낱 지성으로 하는 학문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렉시오 디비나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기본 자세는 순수한 마음으로 읽는 것이다.
 또한 「주자어류」의 독서법 하편을 보면, 그 첫 문장은 이렇다. "사람이 배우는 것은 진정 마음에서 무엇인가를 얻어서 몸에 일체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경서를 읽지 않으면 마음에서 얻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人之爲學, 固是欲得之於心, 體之於身, 但不讀書, 則不知心之所得者何事.). 학문의 목적이 무엇이며, 왜 경서를 읽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른바 렉시오 디비나에서 `전 존재로 읽어라`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하느님 말씀이 독자의 지성에만 관심을 끌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마음 속에 새겨져야 하고 그의 육체와 영혼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성경을 읽는 것은 우리 삶의 모든 부분과 연결되어 있다. 삶의 목적과 의미, 새로운 힘을 얻기 위한 양식, 기쁨과 희망….
 이것과 연관해 조선시대 유학자 안정복 선생이 지은 「위학잠」(爲學箴)의 내용을 잠시 살펴보자. "학문을 한다는 것은(爲學之工)/ 경(經)을 연구하고 경(敬)에 거하는 것(窮經居敬)/ 경(經)은 모든 이치에 통하고(經通萬里)/ 경(敬)은 움직이거나 고요하거나 일상을 관통한다.(敬貫動靜)/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힘써(夙夜孜孜)/ 오직 덕을 잡을 것이며(惟德之秉)/ 잠시라도 소홀히 말고(須臾莫忽)/ 일에 따라 경계하고 살피라"(隨事警省).
 유학에서 학문한다는 것은 성인(聖人)이 되는 공부다. 안정복 선생에 따르면, 그 공부의 핵심은 두 가지, 경전 연구(窮經)와 敬에 거하는 것(居敬)이다. 거경(居敬)은 언제 어디서나 공경의 태도를 지니고 살아가는 높은 경지를 말한다.
 그런데 경전 연구와 거경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경전을 연구하면서 거경(居敬)의 경지로 나아가기도 하고, 거경의 삶 속에서만 올바른 경전 연구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궁경(窮經)과 거경(居敬)을 통해 이룩한 것은 끊임없이 자신의 삶 속에서 덕(德)의 실천으로 그리고 일의 공효(功效)로 나타나야 한다. 이것이 경전을 읽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제 다시 한번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나에게 성경은 어떤 책인가? 나의 삶과는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가? 그리고 왜 읽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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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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