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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17 - 첫 단계의 세 가지 방법

독서, 읽고 마음에 품고 되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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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섭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학장, 동양철학)


 렉시오 디비나의 단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분이 귀고 2세이다. 그는 영적 사다리의 네 단계를 통해 렉시오 디비나를 설명하고 있다. 독서, 묵상, 기도, 관상이 그것이다.
 이번 주엔 그 첫 단계인 `독서`에 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독서는 `정신을 집중해서 성경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며, 복된 삶의 부드러움을 찾는 외적 수련`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유학자들은 이 단계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유학에서 제일 먼저 강조하는 것 역시 독서하는 자세다. 주자는 이렇게 말한다. "배우는 사람이 독서할 때는 모름지기 몸을 가다듬어 바르게 앉고 시선을 누그러뜨려 가볍게 읊으며, 마음을 비우고 책 속에 푹 빠져서 자신에게 간절히 성찰해야 한다"(學者讀書, 須要檢身正坐, 緩視微吟, 虛心涵泳, 切己省一作體察.「朱子語類」, 讀書法).
 한 구절 한 구절 깊이 새겨둘 만한 내용이다. 몸을 가다듬는 것, 바르게 앉는 것, 시선을 처리하는 법, 작은 소리로 읊는 것, 마음을 비우는 것, 책 속에 푹 빠지는 것, 절실하게 성찰하는 것…. 모두 몸에 밸 때까지는 오랫동안 수련해야 가능한 것들이다.
 이제 구체적으로 경전을 읽는 법을 알아보자. 가장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자는 이렇게 말한다. "대저 독서할 때는 우선 읽으려고 해야지, 단지 생각만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입 속에서 읽다 보면 마음 속은 한가해져 바른 이치가 저절로 나오게 된다. 나도 처음 배울 때는 역시 이와 같이 했을 뿐, 다른 방법은 없었다"(大凡讀書且要讀, 不可只管思, 口中讀, 則心中閑而義理自出, 某之始學, 亦如是爾, 更無別法. 「同上」).
 주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들려주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누가 경전을 읽는 법을 물었을 때도 같은 대답을 들려주었다. "역시 법칙은 없으니, 단지 마음을 비우고 그냥 읽어라"(亦無法. 只是虛心平讀去).
 다음으로 수없이 반복해서 주장하는 것은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다. 주자는 이렇게 말한다. "글을 볼 때는 모름지기 마음을 비워야 한다. 먼저 자신의 뜻을 내세우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뜻을 내세우면 조금 지나서 모두 틀리게 된다."
 또 말한다. "마음을 비우고 자신에게 간절하게 하라. 마음을 비우면 도리는 분명하게 이해되고, 자신에게 간절하면 도리를 자연스럽게 몸으로 터득하게 된다"(看文字, 須是虛心, 莫先立己意, 少刻都錯了. 又曰, 虛心切己, 虛心 則見道理明, 切己, 自然體認得出. 同上).
 마지막으로 제시하는 것은 동ㆍ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지녀왔던 전통적 방법으로 다독(多讀)을 통한 암송(暗誦)이다. 그래서 주자는 말한다. "익숙하게 외어야 비로소 확 깨우칠 수 있다. 만약 외우는 것이 익숙하지 못하면, 역시 사색할 수 없다"(誦得熟, 方能通曉, 若誦不熟, 亦無可得思索. 同上).
 내가 성균관대에서 공부할 때 우리 대학원생들에게 경전을 강독해 주시던 인사동 할아버지, 언젠가 우리들을 호통치시며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야 이놈들아, 너희는 아직도 사서(四書)를 들고 다니냐? 경전은 머리와 마음 속에 지니고 다니며, 끊임없이 되새기며 살아가는 것이다. 빨리 외우거라. 그래야 유학을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성경을 몇 번이나 읽었을까? 또 우리가 가슴에 품고 늘 되뇌이며 살아가는 성경구절은 얼마나 될까? 아니 읽기나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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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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