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20-경전을 읽고, 그 다음엔?

곧바로 읽고, 곧바로 묵상, 곧바로 실천!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최기섭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학장, 동양철학)


이제 독서법에 관한 긴 얘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좀 더 자세하고 전문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다른 주제를 통해서도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렉시오 디비나에 대해 연구한 전문가들이 우리에게 그것에 관한 원칙들을 소개하면서 늘 마지막으로 언급하는 것은 실천에 관한 것이다. 즉 `하느님 말씀에 순종의 삶으로 응답하라`는 것이다. 이는 성경에서 읽고 끊임없이 되뇌이며 묵상한 것을 이제는 자신의 삶 속에서 행동으로 이끌어내는 것이고, 머리와 가슴으로 만난 하느님을 일상 안에서 새로운 결단과 함께 맞이하는 것이다.
 실천을 강조하는 유학도 같은 입장이다. 그래서 주자는 이렇게 말한다.
 "배우는 사람은 들은 것이 있으면 모름지기 바로 행해야 한다. 만약 한 권의 책을 얻으면 모름지기 곧바로 읽고, 곧바로 생각하고, 곧바로 행해야 한다. 어떻게 다시 이리저리 생각하고 머뭇거리며 기다린 뒤에 착수할 수 있겠는가? 한 장의 종이를 얻었으면, 한 장의 종이에 있는 도리를 행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學者有所聞須便行, 始得. 若得一書須便讀便思便行, 豈可又按排停待而後下手? 且如得一片紙, 便來一片紙上道里行之可也. 「朱子語類」, `讀書篇`).
 독서의 목적을 실천적 시각에서 말한 것이다. 어쩌면 경전을 읽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과정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러한 결실과 실행이 없다면, 그것은 읽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논어」(論語) `서설`(序說)에서 정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 사람들은 책을 읽을 줄 모른다. 예를 들어 「논어」를 읽었을 적에 읽기 전에도 그러한 사람이요, 다 읽고 난 뒤에도 또 다만 그러한 사람이라면 이것은 곧 읽지 않은 것이다"(程子曰 今人 不會讀書 如讀論語 未讀時 是此等人 讀了後 又只是此等人 便是不曾讀).
 실로 두려운 말씀이다. 예수 또한 자신의 설교에서 끊임없이 `듣기만 하지 말고 실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마태 7,28).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주님, 주님!`하고 부르면서, 내가 말하는 것은 실행하지 않느냐?"(루카 7,46)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루카 8,21).
 더욱이 야고보서에서는 듣기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것을 강한 어조로 책망하고 있다.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야고 1,22).
 이제 그동안 `경전 읽기`에 관해 논의했던 것들을 율곡선생의 말씀으로 정리해 보자.
 "무릇 책을 읽는 사람은(凡讀書者) 단정하게 손을 모으고 곧게 앉아(端拱危坐), 공경하는 마음으로 책을 대하고(敬對方冊), 오롯한 마음과 치밀한 뜻을 지니고(專心致志), 깊이 생각하며 글에 푹 잠기며(精思涵泳), 그 뜻을 깊이 헤아리고(深解義趣), 매 구절마다 반드시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방도를 구할 것이다(每句必求踐履之方). 만약 입으로는 읽으면서 마음으로는 깨닫지 못하고 몸으로는 실행하지 못한다면, 책은 책대로요 나는 나대로 일터이니 글을 읽는 것이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若口讀而心不體 身不行則 書自書 我自我 何益之有. 「擊蒙要訣」, `讀書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성경을 읽자. 많이 읽어야 잘 읽을 수 있고, 잘 읽어야 그 안에서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과 지혜를, 궁극적으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06-0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8

잠언 3장 34절
그분께서는 빈정대는 자들에게 빈정대시지만 가련한 이들에게는 호의를 베푸신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