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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예수마음 온유하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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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마음의 또 하나의 특성은 `온유함`이다. 성경에서 히브리어나 희랍어로 표현되는 `온유`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그 깊이와 풍성함에 놀라게 된다(「말씀의 네트워크」 참조). `가난`이나 `겸손`을 뜻하기도 하는 온유는 본래 하느님께 속한 성품으로서(시편 18,35) 하느님의 사람들, 의인 등이 지녀야 할 덕목이다(민수 12,3).
 더 나아가 신약에서 온유는 그리스도의 성품인 동시에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거듭난 자의 성품이며(마태 11,29;골로 3,12), 또한 하느님의 사람들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덕스러운 태도이다(에페 4,2).
 온유라는 말이 지니고 있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은 동양에서 생명의 본질적 특성으로 파악된다. 그래서 「채근담」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천지의 기운이 따뜻하면 만물을 소생하게 하고, 차가우면 죽게 한다. 그러므로 성품과 기질이 냉랭한 사람은 받는 복도 박하니, 오직 화기(和氣)가 있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야 받는 복 또한 두텁고 은택 역시 오래 간다"(원문 생략. 「菜根譚」 前集).
 예수 스스로 자신의 내적 성품을 `온유하고 겸손한 사람`으로 밝힌 것처럼 유교에서도 공자는 `온화(溫和), 양순(良順), 공손(恭遜), 검약(儉約), 겸양(謙讓)`의 덕을 지닌 분으로 평가된다(子貢曰 夫子 溫良恭儉讓以得之… 「論語」 學而).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은 스승의 성인다운 면모를 이렇게 표출한 것이다. 이 다섯 가지는 모두 온유함이 지니는 특성들을 나타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자의 제자들은 공자의 이러한 특성들이 어느 한 편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중용(中庸)의 덕을 지닌 모습으로 드러난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논어」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께서는 온화하시면서도 엄하시고, 위엄이 있으시면서도 사납지는 않으시고, 공손하시면서도 편안하셨다"( 子 溫而 威而不猛 恭而安. 「論語」 述而).
 나도 가끔 성경을 묵상하면서 예수의 이런 모습을 만난다. 모든 것을 받아주고 용서하면서도 이제는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 새로운 삶을 일러주시는 분, 심하게 꾸짖으시면서도 끝까지 걱정하고 기다려 주시는 분, 늘 부드럽고 공손하시면서도 억지로 하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라 편안히 모든 일을 이뤄 나가시는 분이다.
 그러나 성인들의 이러한 삶을 따라 살고, 그 경지를 체득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송대의 대학자였던 장횡거도 이렇게 고백한다. "내 15년 동안 `공손하면서도 편안함`을 배웠으나 이루지 못하였다"(橫渠先生 嘗言 吾十五年 學箇恭而安 不成. 「心經附註」 牛山之木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오늘도 우리 모두를 초대하고 계신다. 와서 당신의 마음 안에 머물며 보고 배우도록…. 신학생 시절 지금은 주교가 되신 어느 교수 신부님이 들려주신 말씀이 떠오른다. "사제는 그리스도를 닮아야 한다. 그를 `닮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를 `담는` 것이다."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그리스도를 내 안에 담고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그리하여 그분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그분의 마음으로 교회와 이웃에게 봉사하며, 그분의 마음으로 하느님의 뜻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예수 성심성월…. 예수 마음이라는 성가를 흥얼거리며 간절히 기도해보자. "예수 마음 온유하신 분… 내 마음을 네 마음과 같게 하시고, 네 마음에 합하여 주소서…."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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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3장 6절
저는 당신 자애에 의지하며 제 마음 당신의 구원으로 기뻐 뛰리이다. 제게 은혜를 베푸셨기에 주님께 노래하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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