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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23 - 인간의 마음

어떤 말로도 정의할 수 없을 만큼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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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섭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학장, 동양철학)

인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는 몸과 마음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의 몸이야말로 연구하면 할수록 신비로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 또한 어떤 말로도 정의(定義)할 수 없을 만큼 신비롭다.
 성경에서 `마음`은 생물학적으로 신체의 중심적 기관인 심장을 의미하지만, 상징적으로는 감정과 사유 그리고 의지의 자리를 나타내며, 신앙과 영성이 나오는 곳도 바로 마음이다. 즉 인간의 마음은 하느님의 영이 활동하시는 곳(예레 31,33;에제 36,26)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학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할까? 정복심(程復心)이 지은 「심학도」(心學圖)에 따르면, 마음은 인간 전체를 주재(主宰)하는 기관으로(一身之主宰), 허령(虛靈), 지각(知覺), 신명(神明)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퇴계 선생은 이 구절을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의 마음은 비어 있으면서 신령스럽고, 지각 능력이 있으며, 天地의 神明이나 사후의 鬼神과 그 본질에서는 같은 神明을 지니고 있다"(「퇴계집」 권 29).
 그런데 문제는 이 마음이 육체 안에 담겨있고 또 외부의 영향을 받으면서 이원적(二元的) 존재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내가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내가 바라는 것을 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합니다… 여기에서 나는 법칙을 발견합니다. 내가 좋은 것을 하기를 바라는데도 악이 바로 내 곁에 있다는 것입니다. 나의 내적 인간은 하느님의 법을 두고 기뻐합니다. 그러나 내 지체 안에는 다른 법이 있어 내 이성의 법과 대결하고 있음을 나는 봅니다"(로마 7,15-23).
 더 나아가 그는 절규한다.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겠습니까?"(로마 7,24)
 유학에서도 같은 상황을 전제하고 있다. 이른바 유학의 오랜 전승으로 이어오는 `십육자심법`(十六字心法)으로, 서경(書經)에 나오는 구절이다. "순 임금이 말하였다. `人心은 위태롭고 道心은 미묘하니 精하게 살피고 한결같이 지켜야 진실로 中道를 잡을 것이다.`"(帝曰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書經」, `虞書 大禹謨`)
 주자의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자. "마음의 지각능력은 하나인데 왜 人心 道心의 구분이 있다고 하는가? 그것은 인심은 형체와 기운의 사사로움에서 생겨났고, 도심은 하늘이 부여한 본성의 바름에 근원한 것이어서 그 지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심은 위태로워 불안하고 도심은 미묘해서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러한 형체가 없을 수 없으므로 아무리 훌륭해도 인심이 없을 수 없으며, 사람은 누구나 하늘이 부여한 아름다운 본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아무리 모자란 인간도 도심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인심과 도심 두 가지가 한 마음 사이에 섞여 있어서 다스릴 방도를 알지 못하면, 하늘의 보편적 진리가 인간의 사사로운 욕심을 이기지 못하게 된다."(원문 생략. 「心經附註」, `人心道心章`) 장황하지만 꽤나 정교한 해석으로 평가된다.
 결국 사도 바오로가 인간 내면에 대한 같은 이해의 관점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론의 출발점으로 삼았다면, 주자는 같은 상황에서 인간 수양론의 두 갈래 방법을 도출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인간이 하늘이 부여한 순수하고 아름다운 본성으로서의 도심을 이원론적 상황에서 어떻게 잘 식별하고 보존할 것인지, 그리고 위태롭고 불안한 인간의 사사로운 욕심으로서의 인심을 어떻게 잘 다스려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다음에 자세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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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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