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신앙과 문학의 징검다리] 1 -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징검다리

박광호(모세, 시인 소설가)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조창원 전 국립소록도병원장의 `소록도 이야기`에 이어 이번 호부터 시인이자 소설가인 박광호(모세, 65, 사진)씨의 인생역정 `신앙과 문학의 징검다리`를 연재한다.


 노인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이순이 가까울 때만 해도 가당치 않게 여겼으나, 어느덧 일흔을 향하면서 그 말을 실감한다. 여태까지 신앙생활과 천직이라 할 집필 위주로 바쁘게 살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추억은 감미롭게, 혹은 아픈 사연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과거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중심적인 삶을 살기에는 현실이 금싸라기 같고, 하물며 하느님께로 나아갈 채비를 해야 하는 우리들 아닌가. 내가 구태여 추억과 과거를 구분하려는 것도, 전자는 인생을 살찌우는 것이요 후자는 이미 하느님께 봉헌됐다는 생각에서다.
 추억은 애증의 옷을 벗고 사색의 바다로 안내한다. 갖가지 체험들을 통해 하느님께서 나에게 역사하시고,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고 믿는다. 또한 목표를 향해 살아온 삶과, 그 때문에 겪어야 했던 일들이 나의 자산이라는 생각도 한다. 비록 한평생 물질적인 부요함을 누리지 못했지만, 그 대신 정신적인 넉넉함을 가졌다고 여기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나는 성공하지 못한 인생일 수도 있다. 입신양명과 재산증식을 위해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사람들, 그래서 출세하려고 혈안이 되거나 돈방석에 앉으려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 눈에는 그저 별 볼 일 없는 인간일 것이다.
 그렇대도 나는 감히 마음의 부자라고 말한다.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 하느님을 모시고 살아온 지난 세월이 나를 부자로 만들었다. 내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였을 때, 그분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값진 행복을 주셨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행복이었다.
 그 세월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어느 면에서는 가혹할 정도로 지겹고 유별난 고난의 역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를 담금질하고 하느님께로 더욱 나아가게 했다. 아아, 사랑의 하느님, 자비의 하느님께서는 이 가련한 자의 몸부림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부축해 주시고 깨우쳐 주시면서 당신 성심의 바다에 살도록 이끌어 주셨다.
 어느 과학자가 1+1=1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나는 이 주장이 내 삶의 목표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공감한다. 1+1이 2가 아니고 능히 1이 될 수 있음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볼 때, 내 인생에 있어서 신앙과 문학은 두 가지 목표였다. 연대로 보면 하느님을 알기 전부터 문학에 대한 싹이 움텄다. 그래서 세례를 받은 후에도 문학의 길을 지향했고, 작품 속에 신앙정신을 주입하면서도 문학을 또 다른 목표로 삼았다. 그러다가 어느 시기부터 둘이 하나가 되었다.
 그렇다. 신앙이 하느님 안에서 개인의 성화와 영생을 추구하고, 문학이 하느님 영광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 하느님을 공통분모로 한 것이다. 따라서 이 둘은 나에게 있어서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하나의 징검다리가 되었다.
 사실 나는 신앙인으로서 잘 살았다고 여기지 않는다. 하느님이 아니시면 지탱하지 못할 정도로 허약하고 허물투성이임을 자인한다. 또한 문인으로서 널리 이름을 떨치지도 못했다. 그런 내가 확신을 갖는 것은, 하느님께서 오늘 이 순간까지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이다. 나의 영혼에 생기를 주시고 바른길로 이끄신다.
 나는 이번에 나를 살게 한 신앙과 문학의 여정을 돌아보기로 했다. 나에게 역사하신 하느님의 사랑을 감사하고 찬양하기 위해서다. 하느님께서는 부족하기 짝이 없는 나를 통해 당신을 보여주셨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07-2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8

야고 5장 11절
사실 우리는 끝까지 견디어 낸 이들을 행복하다고 합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