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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43) 꿈이 그렇게 다 이루어지네!

마음속 어린 꿈까지 품어주시는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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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성소주일 저녁, 교구 동창신부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사는 수도원이랑 본당이 가까워서 그런지 성소주일, ‘지금 있는 우리 성소나 잘 지키자’라는 그런 취지로 본당 저녁미사 후 가까운 맥주 집에서 함께 만났습니다.

그렇게 만난 우리는 성소주일을 우리끼리 축하한다며, 아직까지(?) 사제성소의 길을 잘 가고 있는 서로를 격려하면서 생맥주 한 잔씩을 시원하게 마셨습니다. 안주로 노릿하게 잘 구워진 노가리 한 마리를 뜯는데 동창신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야, 오늘 본당에서 성소주일을 보내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하느님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꿈을 이루어주시고자 하면서 마음 안에 있는 다른 여러 꿈들까지도 늘 생각하고 계신 것 같다고. 그게 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니, 맥주 마시다가 무슨 그렇게 심하게 어려운 이야기를 하느냐며, 저는 동창신부에게 눈을 흘겼더니 그 신부는 남은 노가리 몸통을 질근 씹어대며 말했습니다.

“석진아, 내가 어릴 때 이 다음에 커서 어른이 되면 꼭 하고 싶었던 몇 가지 꿈들이 있었어. 그 꿈들 중에 기억나는 꿈이 첫 번째는 아버지야. 나는 우리 아버지를 보면서 나도 커서는 아버지가 돼야지 하는 생각을 했어. 그냥 우리 아버지처럼 말이야. 다른 이유, 그런 거 없었어. 언제가 학교를 다닐 때는 왠지 국어선생님이 무척 되고 싶었지. 학생들에게 국어를 잘 가르쳐주는 그런 선생님 말이야. 그 다음으로 목장 주인이 되고 싶었어.”

오늘따라 왜 이리도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느냐고 물으면서 “아니, 목장 주인은 또 왜?”라는 저의 질문에 동창신부는 간단하게 대답 했습니다. 어릴 때 할아버지가 목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뭐, 이런 싱거운 대답이 있나 싶어서 맥주 한 잔씩을 더 주문하면서 노가리 머리 부분을 야무지게 씹고 있는데, 동창신부가 “석진아. 하느님은 나의 이 세 가지 꿈을 한 번에 다 이루어주셨어”하고 말했습니다.

저는 하느님이 무슨 그런 꿈들을 한 번에 다 이루어주느냐고 재차 물었더니 “음, 오전에 신자들하고 주일미사를 봉헌하는데 문득, ‘내가 아버지로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본당 신자들은 하느님 목장의 양떼이기에 내가 이 목장의 주인 노릇을 잠깐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강론을 통해서 그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가르쳐 주는 모습을 통해 선생님이 돼 있었고, 사제가 되자마자 어릴 때 꿈 전부가 이뤄졌다는 생각이 들었어. 좋은 아버지로서의 사제, 하느님 목장에서 착한 목자로서의 사제, 하느님의 사랑을 가르쳐 주고 나눠 주는 그런 선생님으로서의 사제! 하느님은 참 묘하시더라.”

동창신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며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졌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바라는 모든 것을 접게 하고 사제의 길로 불러 주셨지만, 결국 우리 마음 속 어린 꿈들까지도 품어주시는 분이라는 생각에 하느님은 참 섬세하고 좋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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