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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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적 삶으로의 초대Ⅱ] (51) 하느님 뜻과의 조화 (15)

하느님께서 보내는 도전장 잊지 말자/ 하느님의 삶·자유인의 삶 살고자 한다면/ 도전 극복하고 이겨내 자신의 형태 가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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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안정효는 소설 「하얀 전쟁」에서 무의미한 죽음만 난무하는 전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존엄성도 없고, 남성적이지도 못하고, 오직 비열하기만 한 싸움. 장쾌한 도전도 없고, 그저 가장 비열한 방법으로 하나씩 하나씩 죽이기만 하는 싸움.”

그렇다. 의미 있는 도전이 없는 싸움은 그저 무가치할 뿐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삶은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그 전쟁터에서 무의미한 총질만 계속한다면 우리의 삶은 무가치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쓸데없이 기력만 낭비할 수 있다. 이러면 하느님 선형성의 의미를 구현하지 못한다.

‘도전’(挑戰)이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걺’이라는 뜻과 함께, ‘어려운 사업이나 기록 경신 따위에 맞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뜻도 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신기록 도전’ ‘에베레스트 정상 도전’ 등 ‘도전’이란 말을 종종 듣고, 또 사용한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의미를 찾는 일과 관련해서는 얼마나 ‘도전’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직장 생활 등 일상 안에서 늘 도전을 받고 있다. 어떤 이들은 그 도전이 힘겨워 아예 도피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전에는 항상 모험과 위험이 따른다. 도전에 당당히 응해야 한다. 신앙을 가진 우리들은 우승한 사람들이다. 세례를 받는 순간 우리 모두는 ‘깨끗해짐’이라는 우승의 월계관을 썼다. 그런데 우승은 우승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승한 선수는 항상 도전자들의 도전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우리는 매일 도전장을 받고 있다. 길거리 청소하는 사람도 경력이 조금 쌓이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거리를 깨끗하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수영선수와 육상선수는 기록을 조금이라도 더 단축하고 싶어 하고, 야구선수는 조금이라도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미술가는 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싶어 하고, 영화감독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식의 영상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욕구들이 세상이 우리에게 보내는 도전장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중요한 도전장을 잊고 살아간다. 바로 하느님께서 보내는 도전장이 그것이다. 우리들은 대부분 세상에서의 도전장만 생각하고, 하느님의 도전장을 생각하지 못한다. 하위 형태가 아닌 상위 형태의 삶을 살도록 하느님은 늘 도전장을 우리에게 내미신다. 이것을 민감하게 느껴야 한다.

하느님의 도전장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올 수도 있다. 화창한 날씨와 맑은 햇볕은 선물로 주어지는 은총에 대해 감사하라는 의미일 수 있다. 구름 잔뜩 낀 하늘은 눈물로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차분히 묵상하라는 뜻일 수 있다. 중환자실에서 고통 받은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1분 1초 시간의 소중함을 묵상할 수 있다. 하느님은 이렇게 우리가 매일 접하는 수많은 정보들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을 촉구하신다. 새로운 삶을 위한 도전장을 그렇게 매일 우리에게 보내고 계신다.

혹시 우리는 일류대학, 권력, 출세 등 세속의 도전장에만 몰입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가 하느님의 도전장을 형성의 장안에서 의식할 수 있을 때 그때 나의 형태를 바로 세우고, 세상에 참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인생이 모두 끝날 때, 모든 것은 내 책임이다. 그 책임을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다. 도전장들을 잘 받아들이고, 그 도전을 극복하고 이겨 나감으로써 우리는 나의 형태를 잘 가꾸어 나갈 수 있다.

권투선수가 도전장을 내밀고, 또 스스로에 대한 한계에 대한 도전을 받아들이면서 궁극적으로 이루고자하는 목표는 챔피언이다. 인간이 도전을 받아들이면서 궁극적으로 이뤄야 하는 목표는 자유인이다. 완덕은 완전한 자유와 책임을 살아가는 것이다. 부자유를 느낀다던지 책임성 있게 생활하지 못하던가 하는 것은 완덕의 삶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완덕이 어렵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완덕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책임 있게, 지금보다 조금 더 자유롭게 사는 것이 지금 여기서의 완덕이다.

가장 아름다운 인생은 도전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과거 한때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위로 삼아 현재 어떤 도전도 하지 않고 있다면 그 인생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도전을 하지 않는 삶은 운명에 희롱당하는 인생을 사는 것이다. 오늘 우리는 인생에 어떤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가. 하느님의 삶, 자유인의 삶을 살고자 어떤 땀을 흘리고 있는가. 혹시 이미 챔피언이 되었다고 착각하고 자만하고 있지는 않는가. 초월적 도전은 독특한 인간만의 특성이고 본질이며 이는 죽을 때까지 계속 되어야 한다.


정영식 신부 (수원교구 군자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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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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