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46) 잘 가르치는 것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을 명확하게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본당에서 평일미사 때조차 15분 내지 20분의 강론을 위해 하루 평균 2시간 정도의 준비시간을 할애하는 신부님이 있는데, 신자들 역시 그 신부님 강론 듣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아직도 종이에 직접 손으로 글을 써서 강론을 준비하는 그 신부님 사제관에는 그동안의 강론들이 종이묶음으로 여기저기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물었습니다.

“신부님, 매일 2시간씩 강론 때문에 시간 빼는 것 어렵지 않아요? 이렇게 책상에 앉아 손으로 강론 쓰는 것도 힘드실 텐데. 가끔 예전 본당에서 써두었던 강론 중에 좋은 내용을 이곳 본당에서 다시 쓰기는 하세요?”

그러자 그 신부님은 환한 얼굴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음, 예전에 신학교 다닐 때 할아버지 교수신부님이 계셨어. 그런데 내가 부제 때인가 그 신부님과 우연히 마주칠 기회가 있었는데, 문득 부제 실습이 어렵지 않느냐고 물으시더라. 그래서 다른 것은 괜찮은데, 강론 준비가 어렵다고 말씀 드렸지. 그랬더니 그 신부님은 본인이 옛날에 유학 마치고 신학교 교수가 된 그때의 경험들을 내게 말해주셨어. 그 말씀이 아직도 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강론 준비를 습관처럼 재밌게 하는 것 같아!”

이 말을 듣는 순간 나의 호기심이 귀를 쫑긋 세우게 했습니다. 저도 때로는 강의나 강론을 부탁 받는데, 예전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게으름과 타성으로 인해 쉽게 강의나 강론을 쓰지 못할 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그 신부님은 은퇴하시고 신학교에서 머무실 때였는데 이런 말을 해 주셨어.

‘부제님, 나도 예전에 유학 마치고 처음 신학교 교수로 발령받을 때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 10년 동안은 나도 모르고 신학생들도 모르는 것을 가르쳤던 것 같아요. 그후 10년이 지난 뒤에야 내가 아는 것만을 신학생들에게 가르치게 됐지요. 그러다 또 10년, 다시 말해 20년이 훨씬 지나서야 나는 가르치는 것이 뭔지 알았어요. 수업 시간 동안 신학생들이 아는 것만 가르쳤지요. 가르친다는 것이 그런 것 같아요. 수업 듣는 학생들이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도록 도와줘 그 학생들이 머리로 정확히 알게 된 것을 가슴으로, 다시 팔과 다리로 이어져 본인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 바로 그것이 가르침인 것 같아요.’

사실 나는 그때 그 신부님 말씀을 들으면서 강론도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아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신자들이 알고 있는 것을 좀 더 명확하게 들려주면서 나와 신자들이 함께 알고, 그 다음 그것을 일상 안에서 실천하도록 서로 노력하는 것, 그게 강론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러기에 내게 강론은 결국 나와 우리 신자들과의 소통인 셈이지. 그래서 나는 강론 준비가 즐겁고, 듣는 우리 신자들도 뭐, 좀 좋아하는 것 같아!”

알고 있다고 하는 것을 명확하게 가르쳐 주는 것. 할아버지 신부님의 말씀은 뭔가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유익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6-1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30

히브 13장 8절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도 오늘도 또 영원히 같은 분이시로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