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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58) 사는 것이 영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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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은사 신부님이 선종하셔서 장례식장으로 조문을 간 적이 있습니다. 해맑게 웃고 계시는 은사 신부님의 영정사진을 보는데, 문득 신부님이 평소에 읊조리던 성가 515장이 생각났습니다.

‘주여, 넘치도록 자비를 베푸시어 우리 한 생애 즐겁고 기쁘게 해주소서.’

조문을 끝낸 후 함께 간 신부님과 차를 마시는데, 어느 신부님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셨습니다. “고인을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셔서 “은사 신부님이었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신부님은 고인과 동창이라며, 우리를 기쁘게 반겨주셨습니다. 잠깐이나마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신부님이 영성상담전문가 신부님이라는 것을 알고는 정중히 물었습니다.

“신부님은 영성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러자 신부님은 간단하게 “사는 것이 영성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좀 괜찮은 답변이 나오기를 바랐던 저는 약간 실망스러운 목소리로 “아니, 신부님. 그런 말씀 말고 영성에 대해 진짜로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저의 질문이 간절하다는 것을 아신 신부님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정말이에요. 저는 ‘사는 것이 영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사는 것을 보면, 하느님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볼 수 있거든요. 하느님과 맺는 관계를 보면, 그 사람이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알 수 있고요. 그래서 영성은 하느님과 맺는 관계에 따라 그 사람의 삶 안에서 드러나는 것 같아요.

결국, 사는 것 안에서 영성이 드러나는 법이라 ‘사는 것이 영성이다’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건강한 영성을 갖춘 인간은 삶 안에서 조화와 균형 있는 삶을 삽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에 따라, 나와 자연, 나와 세상, 나와 이웃, 나와 가족, 나와 배우자, 그리고 ‘나와 자기 자신’과의 관계 안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되지요.

결국 영성 생활이란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하느님을 닮아가는 삶이에요. 하느님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살라고, 우리 안에 당신의 모상을 심어주신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신부님의 말씀이 처음에는 좀 어려웠는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분의 쉬운 말씀을 제가 어렵게 이해한 것 같습니다.

사는 것이 영성! 그렇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가 소중한 만큼 타인도 소중하고, 내가 중심이 되고 싶은 만큼 타인도 중심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음을 아는 것이 ‘영성’입니다.

정녕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다면, 자기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과 예의와 존중을 지키며 사는 것이 영성입니다. 특히 좋다고 지나칠 정도로 힘들게 좋아하고, 싫어졌다고 단번에 팽개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 ‘영성’입니다.

조문을 마치고 수도원으로 돌아오는 길, 저 역시 좋은 영성으로 즐겁게 살고 싶은 생각에 성가 515장을 혼자 흥얼거려 보았습니다.

‘주여, 넘치도록 자비를 베푸시어 우리 한 생애 즐겁고 기쁘게 해주소서.’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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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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