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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59) 우월해서 힘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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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용을 전공했고 일선에서 한국무용을 가르치고 계신 분이 현대무용 공연을 위해 다른 무용수들과 연습을 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자신보다 젊은 현대무용 안무가의 의도에 따라 최선을 다해 춤을 추는 그분의 성실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곤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체 무용수들 회식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분들이라 다들 날씬하신데 드시는 양은 저보다 훨씬 더 많았습니다. 아무튼 즐거운 식사 후 맥주도 마시며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무용을 하신 분에게 넌지시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한국무용을 전공하셔서 그런지 현대무용 동작을 배우는 것이 힘들지 않으시지요?”

이런 저의 질문에 그분은 빙그레 웃으시더니 “맥주 한 잔 먹었으니 솔직히 말할게요” 하면서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저도 한국무용을 오래 했고, 사람들에게 무용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그런 와중에 안무가로부터 이번 공연에 무용수가 필요하다며 제의를 받았을 때, 호기심과 설렘으로 승낙을 했지요. 함께 연습하면서 행여 잘 따라가지 못할까봐 전체 연습을 하고 나면 집에 가서 혼자 몇 시간씩 더 연습했어요.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왠지 모를 짜증과 스트레스가 쌓이는 거예요. 그 이후로 집에 갈 때마다 ‘괜히 한다고 했다’ 하는 생각에서부터 ‘더 이상 못 하겠다고 말할까’ 하는 생각까지 하면서 그만둘까 고민한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 혼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살면서 무용을 너무 좋아했고, 움직임으로 뭔가를 표현하는 것 자체를 즐기던 내가 요즘 왜 이리 힘들어할까?’ 하고 눈을 감고 묵상을 하는데, 제 몸이 자연스럽게 성찰하고 있음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서서히 몸이 몸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하더군요. 사람이 되라고. 진정 춤을 추기 전에 우선 춤추는 내 몸이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순간, 화들짝 놀랐어요. 사람이 되라는 울림, 그러면서 깨달았어요. 그동안 저를 힘들게 했던 것은 무용의 장르가 달라서가 아니라 바로 제 안에 있는 ‘우월감’이었어요. 저보다 젊은 안무가의 지도를 받으며 현대무용을 출 때마다 마음속으로 ‘나도 내 분야의 전공자고 나름 괜찮은 전문가인데’하는 마음들이 저를 흔들어 놓았더라고요. 그렇게 저의 내면을 솔직히 들여다본 그날 이후, 정말 즐겁게 현대무용을 배우고 춤을 춰요. 제 몸이 즐거워하니 너무 좋아요.”

우리 주변에 봉사 때문에 상처를 받아 봉사를 그만두는 분들을 봅니다. 그런데 그 마음 이면에 혹시 자신의 우월감이 채워지지 않아 힘들게 하지 않는지를 한 번 돌아봅시다. 그리고 명심합시다. 누군가를 돕는다면 그 이전에 자신의 마음가짐을 헤아려 보고, 도움을 통해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함을.

자신 스스로 내면을 돌보는 마음이 없이, 누군가를 도와주고 봉사하기만을 바란다면, 그것은 결국 ‘자신의 능력과 실력을 인정받으려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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