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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60) 꼴통 신부와 꼴통 친구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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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아끼는 어느 교구 후배 신부님과 저녁을 먹으며 가볍게 소주 한잔을 마신 적이 있습니다. 그 신부님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형,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는데 조직폭력배 생활을 하고 있어. 하지만 지금도 우리는 허물없는 친구로 지내. 그런데 형, 그 친구가 얼마 전에 고민이 있다고 날 찾아왔어. 들어보니 10년 전 어떤 사람에게 꽤 큰돈을 빌려주었는데, 그 사람이 돈을 떼먹고 해외로 도망쳐버렸대. 그리고 공소시효가 다 지난 후에야 한국에 몰래 들어오다가 경찰에게 붙잡혔다는 거야. 경찰이 내 친구에게 아무개씨를 붙잡았다는 연락을 했고, 친구는 돈 떼먹은 아무개씨 얼굴을 본다면 꼭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아서 나한테 먼저 찾아왔대.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그런데 형, 나도 꼴통 신부잖아. 그렇게 절박하게 찾아온 친구에게 ‘너, 그 돈 없이도 그동안 잘 지냈지’ 하며 물었어. 그러므로 경찰서에 가서 아무개씨를 만나면 우선 그 돈을 안 받겠다는 말을 하라고 했어. 단 ‘그 돈을 이제 안 받을 테니 당신이 이 다음에 죽으면 꼭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고. 그러면서 ‘만약 그렇지 않으면 그 돈은 아무개의 자식에게 받을 것이고, 자식이 그렇게 살지 못하면 손자에게 받을 것이다’라고 말하라고 시켰어.

꼴통 신부의 말을 곰곰이 듣던 꼴통 친구는 알았다며 경찰서로 갔나 봐. 그리고 그 아무개씨를 보고 내가 시킨 말을 그대로 했나 봐. 그랬더니 경찰서 안에 있던 경찰들이 내 친구 이야기를 미친 사람 이야기 듣듯이 비웃더래. 그런데 정작 아무개씨는 그게 아니었나 봐.

하느님도 믿지 않던 그 사람이 내 친구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그 말을 듣고 바로 무릎을 꿇더래. 그러면서 ‘나는 사실 당신 돈을 고의로 떼먹으려고 했고 지금 그 돈은 어디에다가 숨겨두었다’며 공소시효가 지나 한국에 들어왔고, 내 친구를 만나면 어느 정도 괴롭힘을 당하겠지만 그런 다음에는 그 돈은 자신의 것이 될 것으로 생각했대. 그런데 내 친구가 어떤 복수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세상을 살면서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살라는 그 말과 그렇지 못하면 자식들에게 돈을 받겠다는 말을 듣는 순간 두려운 마음이 들더래.

그러면서 그 돈을 더 이상 자신이 가지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대. 자신은 하늘나라에 들어갈 자신이 없다며 돈을 돌려주더래. 우여곡절 끝에 그 돈을 받았고, 내 친구는 지금까지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던 돈이라 받은 돈 전액을 사회복지와 관련된 곳에 기부해 버렸대. 형, 정말 이야기 재미있지?”

그 신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겉으로는 빙그레 웃고 속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꼴통아, 너답다. 너다워.’ 그러면서 문득, 내 후배 신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그 친구분 역시. 아무튼, 그분은 참 좋은 신부 친구를 두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각자가 어떻게 살든지, 친구의 말을 그대로 듣고, 그대로 믿어줄 수 있는 것, 그것은 ‘우정’ 너머에 있는 ‘진심과 진실’이 통하기 때문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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