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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90) 그 맛, 그 추억!

손맛에 담겨 기억에 저장되는 원초적·본질적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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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근처에 칼만두국 식당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식당을 찾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수도원에서 하루 세 끼 식사가 꼬박꼬박 나오기에 굳이 그 식당에서 식사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식당에서 주차를 도와주시는 분이 불친절한 데다 몇 차례 무례한 일들을 겪어서 더욱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주변에 아는 분들은 집이 좀 먼데도 일부러 그 식당을 찾아가서 칼만두국을 먹기도 하고, 수도원 주변에 산책길이 잘 돼있어 산책을 나왔다가 그 식당에서 한 끼 식사를 하고 간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혼잣말을 합니다.

‘그 식당 음식이 입맛에 맞는 분이 있기는 하네.’

얼마 전 수도원 자료 수집 및 정리 때문에 아는 분에게 연락을 드려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분이 며칠 동안 자료 수집 및 정리를 도와 주셨습니다. 마지막 자료 정리가 다 끝나고 그 분께 감사함을 표하고 싶어서 “오늘 점심을 대접해 드리고 싶다”고 말씀 드렸더니, 그분이 웃으시며 대뜸 “신부님, 근처 칼만두국 식당에서 먹어요!”했습니다.

‘아…뿔…싸! 나…, 그 식당, 안 가는데!’

그래도 하는 수 없이 그 식당에 갔고 봉사자분은 자주 오셨었는지 알아서 칼만두국을 시키셨습니다. 그러면서 그 분은 “신부님, 사실 저 예전에는 이 식당에 무척 자주 왔어요. 그럴 때마다 가까이 사시는 신부님께 전화를 드리고 싶었는데, 칼국수랑 만두만 먹는 것이라 귀찮게 해드리는 것 같아 전화는 못 드렸어요”하고 말했습니다.

이럴 때는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하나? ‘이 식당 오시더라도 제게 전화는 하지 마세요. 저 이 식당 안 좋아해요’하고 솔직히 말해야하나? 봉사자인데 그러면 안 되지 싶어 “아니, 전화 좀 하시지 그랬어요. 저 칼국수 좋아해요!”하고 말했습니다.

말을 더듬으며 대답하는 제게 봉사자가 말했습니다.

“신부님, 사실 처음 이 식당에서 칼만두국을 먹을 때 기분이 묘했어요. 단지 칼만두국을 먹는 것뿐인데 마음이 그리 평온할 수가 없었어요. 몇 달 동안 자주 이 식당에 와서 식사를 했어요. 혼자 오기도 했고, 친구·가족들과 올 때도 있었죠. 그렇게 몇 달을 먹는 동안 왜 좋았는지는 잘 몰랐어요.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이 식당에서 혼자 칼만두국을 먹는데 엄마, 바로 우리 엄마 얼굴이 떠오르는 것이에요. 제 오래된 기억 속에 어린 날, 우리 엄마가 가족들을 위해 정성으로 빚어 주시던 바로 그 칼만두국 맛과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그 날, 집에 와서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펑펑 울고 말았어요. 이 식당 칼국수가 옛날 우리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 주었어요. 참 묘하더라고요!”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맛이라는 것, 그 ‘손맛’이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부모님의 원초적, 본질적 사랑을 기억에 저장하게 해, 시공간을 초월하고 소통하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음식을 정성으로 대한다면 궁극적으로 우리를 먹여 살리시던 그분, 그분의 손맛과 손길을 함께 느끼게 될 것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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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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