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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41) 진심과 온 마음을 담은 기도 (3)

자신에게 소중한 단어 하나를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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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에 큰 행사가 있어서 후배 형제들이 며칠 간 묵을 요량으로 제가 임시로 묵던 수도원 피정의 집에 온 적이 있습니다. 사실 당시 수도원 본원 리모델링 공사를 하던 중이라 본원의 주요 사도직을 맡은 형제들은 그 피정의 집에 얹혀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방에서 행사 준비 차 올라온 후배 형제들과 함께 피정의 집에 묵게 됐지만, 방이 없어 할 수 없이 바닥이 나무인 피정의 집 복도에서 자게 되었습니다. 그날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화장실을 가려 나왔는데, 형제들이 자게 될 복도를 보자 저도 모르게 복도를 닦아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복도의 한 구석, 먼지를 제거하면서 청소를 했습니다. 기분이 묘하게 상쾌했습니다. 그런 후 방에 들어왔는데, 머릿속으로 또다시 어떤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선성이 신성을 만나게 해 준다.’ 일상 안에서 만나는 작은 선한 행위 하나 하나가 결국은 하느님을 만나게 되는 행위라는 사실 말입니다. 이 단순한 진리를 이제야 깨닫게 된 듯했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저의 변화에 제가 놀라 며칠 전 제게 ‘정화’를 하면서 좋은 기운을 나눠준 자매님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분의 전화번호를 겨우 찾은 후 연락을 했습니다. 시간 되실 때 수도원에 오실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그러자 기쁜 목소리로 다음날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분을 만나 알게 된 것은 가톨릭 신자이며, 인도와 그 밖의 여러 나라를 여행한 적이 있으며, 요가 강사와 명상 프로그램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과 함께 응접실에서 10분 정도 대화를 나눈 것 같은데, 자그마치 네 시간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살아온 삶의 아픔과 상처를 나누었는데 그 어떤 말도 필요 없었습니다. 그러다 장난삼아 그분에게 “우리 처음 만난 날, 정화한다 하면서 내게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내가 요즘 착한 사람이 되어 가느냐”고 따지듯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신부님은 원래 착한 분이셨다”면서, 그날 저를 위해 ‘진심을 담은 축복의 기도’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머리에 손을 얹은 후, 자신이 평소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어떤 단어 하나를 저를 위해 천천히, 진심을 다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말, 좋은 문장이 아니라 짧고, 간단한 단어 하나만 가지고도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후 지금까지 “나의 아침은 형제들을 위해 있다”는 생각과 “선성이 신성을 만나게 해 준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화,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단어 하나를 타인에게 ‘진심’을 다해 전달해 주려는 마음, 그 진심은 진정 큰 변화의 시작이 됐습니다. 요즘, 그분의 정화를 계기로 하루하루 착해져가는 자신을 봅니다. 문득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축복’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다가가 당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단어 하나를 가지고 진심을 다해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해 보세요. ‘진심’이라는 것, 생각 이상으로 큰 힘이 있을 거예요.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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