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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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58. 재개발로 힘들어요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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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저는 지금 재개발 지역에 사는 신자입니다. 그동안 불안 불안하였는데 작금에 정부에서 규제를 완화한다며 재개발을 재개하려고 하네요. 저 같은 서민들은 그동안 정부를 믿고 살아왔는데 지금은 너무 불안하기만 합니다. 신부님은 서울 가좌동성당(현 가재울성당)에서 몇 해 동안 재개발을 지켜보신 분으로 아는데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지금의 이 불안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 바랍니다.



답:
저도 근래 언론에서 재개발 규제를 완화한다는 기사를 보고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제가 몇 해 동안 지켜본 재개발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 생지옥 같은 곳이었습니다. 시공사라는 거대 공룡이 초식 동물 같은 주민들을 잡아먹다시피 하는 곳, 그야말로 무법천지인 곳이 재개발 현장이더군요. 우선 조합과 조합장이 주민을 위한 대변인들이 아니라 시공업체와 정비업체의 하수인들이더군요(공금횡령 혐의가 있는데도 다시 재선되는 이상한 조합). 말 그대로 쫓겨나게 생긴 주민들이 찾아갈 곳이 없는 실정- 재개발공약을 외친 지역구 국회의원은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하고 구청은 서울시에, 서울시는 구청에 떠넘기기를 하는 무책임 그 자체였습니다. 결국 폭력배들에게 협박당한 주민들의 90 가 정든 집을 떠나야 했고 남은 주민들도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일이 몇 해 지속됐습니다.

제가 지켜본 재개발 상황은 말로는 법대로 한다지만 내용은 마치 미리 짜인 각본에 의해 진행되는 군사작전 같은 양상이었습니다. 그러니 힘없고 돈 없는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지요. 소위 OECD 국가라고 자칭하는 나라에서 그런 무법천지 사태가 벌어질 줄 몰랐습니다. 결국 보다못해 문외한인 제가 나름의 대책을 세웠습니다. 우선 교우분들 중에서 전문적 지식을 가진 분들로 협상단을 꾸려서 조합 측과 지루한 협상을 벌이는 동시에 외부에 이런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홍보를 하고 특히 가재울본당 교우분들이 직접 각 성당을 다니면서 땡볕에 서서 서명을 받았습니다. (늦게사 그때 크게 고생하신 가재울 교우분들 그리고 재개발지역의 비리에 공분하면서 진심으로 우군이 되어준 당시 서대문 마포지구 본당신부님들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정말 컸었습니다.)

이런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성전 지키는 일이 진행되었는데 재개발문제를 바로잡는 데 결정적 도움을 주신 분은 두 분 추기경님이셨습니다. 우선 정진석 추기경님께서는 기자단을 동반하고 오셔서 미사 중에 재개발의 문제를 비판하셔서 사회적 여론 조성에 큰 힘을 보태셨고, 지금의 서울대교구장이신 염수정 추기경님은 여러 차례 격려 방문을 오셨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 재개발 담당자들을 직접 질책하셔서 서울시가 구청장이 조합을 감독하도록 하는 조례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셨습니다. 이렇게 재개발 문제는 몇 사람만의 힘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니 여러 사람의 힘을 합하시길 바랍니다.

재개발 지역 주민들의 불안 심리는 심각합니다. 저 역시 불안함 때문에 불면증과 피부병 등등에 시달렸었는데 마음이 불안하니 몸을 자꾸 다치더군요. 따라서 재개발 지역의 분들은 우선 몸 건강에 많은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그냥 약으로가 아니라 근력 운동을 해서 몸의 힘을 키우시는 것이 불안치료에 우선입니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을 홀로 삭이지 마시고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서 불안한 마음을 나누십시오. 저 역시 시간이 날 때마다 다른 신부들에게 불안감을 토로하였고 여러 방송 매체에서 제 마음을 털어놓으면서 불안한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몇 해를 재개발 현장에서 살아보았기에 형제님의 마음이 어떨지 100는 아닐지라도 짐작은 되고 형제님의 글을 보면서 다시 마음이 아파집니다.

지금의 재개발 문제는 단지 어느 한 동네의 문제가 아니라 세월호 참사가 고발한 것처럼 우리 사회의 천민자본주의 의식,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해도 좋다는 천민의식이 만들어낸 문제인지라 그 해결의 실마리가 아득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어지러움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돈만 아는 천민들이 발붙일 곳이 줄어들기 마련이고 가난한 사람들이 살 자리가 늘어나리라 믿습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전화는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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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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