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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67. 정치 얘기만 나오면 왜 싸울까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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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저는 추석이나 명절이 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질 않습니다. 친척분들이 오셔서 같이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누는 것은 좋은데 여러 지역의 여러 연령층이 담소를 나누시다가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서로 얼굴을 붉히고 언성이 높아지고 막판에는 서로 원수지간처럼 앞으로 얼굴조차 안 볼 듯이 가버리시기 때문입니다. 제 아버지가 장손이시라 명절 때마다 설득을 해 모이지만 그때마다 저는 마음이 불편합니다. 이런 우리 친족들의 갈등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이분들은 왜 만나기만 하면 싸울까요?



답 : 형제님의 마음이 많이 불편하시겠습니다. 우선 이분들이 명절날 서로 으르렁거리는 것은 이유야 어떻든 간에 나이만 먹었지 철이 안 들어서입니다. 감정 조절을 못 해서 대화가 아닌 싸움박질 하듯이 언쟁을 하는 것은 그 논리가 타당한지를 떠나서 어른으로서 성숙도가 떨어진다는 것이지요. 애들 앞에서는 냉수도 조심히 마셔야 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친척분들에게 해당하는 것이지요. 어른들끼리 그렇게 싸움박질을 하거든 ‘언제 철이 드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도 잘 참으시고 형제님은 어른이 되어서 절대로 그렇게 살지 말아야 할 부정적 표본으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나이 들어서도 언성을 높이는 이유는 심리적 트라우마가 치유되지 않아서입니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개인적 역사적 트라우마를 갖습니다. 쉽게 잊히지 않는 생각만 하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이성적 판단을 하기 어려운 심리적 외상들을 트라우마라고 하는데 이 트라우마가 개인마다 다르기에 자신의 상처를 건드리는 말을 들으면 감정조절을 못 하고 언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또 트라우마는 그 사람의 행복관과 인생관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하기에 각자가 가진 트라우마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세대는 가난에 대한 트라우마나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가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난을 면하게 해주고 전쟁을 막아주는 수호신 같다는 느낌이 들면 아무리 독재정권이라 할지라도 표를 찍어주고 비난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너희가 세상을 몰라서 그래’ 하면서 비난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독재정권하에서 입에 재갈이 물렸던 사람들은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기에 빵보다 자유라는 구호를 외치고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의 삶이 더 소중하다는 신념을 갖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IMF 국가부도사태를 겪으면서 사람들의 신념은 또 바뀌었습니다. 자유고 뭐고 실직하고 부도나고 경제적 이유로 이혼당하고 파산 신고하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라는, 소위 식자들이 물질제일주의라고 이름 붙인 사회적 현상이 생긴 것입니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먹고사는 걱정이 덜한 사람들은 혀를 차면서 말세라고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돈이 떨어진 세상이 지옥이나 다른 바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해서 심한 심리적 외상을 입었기에 욕을 먹으면서도 쉽사리 생각을 바꾸기 어려운 것입니다.

또한 연령대별 인생관이 다른 것도 한몫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더 많은 행복과 기회를 가지고 싶기에 진보적이고 변화하는 사회를 원하지만, 노인들은 이미 사회에 대한 적응이 되었고 변화를 추구하기에는 피로감이 높은지라 보수안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트라우마를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심리적 환자들이 명절날 한자리에 모였으니 대화의 내용이 정치적인 것에 이르면 싸움박질하듯이 지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전쟁이 없다고 해서 평화로운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하신 것이지요. 내적인 갈등,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 한 마음의 평화는 있을 수가 없고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면 그 사회도 평화로운 사회라고 할 수 없다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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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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