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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70. 사제직은 철밥통인가요?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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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부터 ‘아! 어쩌나’를 본당 사목을 하는 신부님들이 보내주신 사연에 대한 답으로 채워나갈 예정입니다. 일선에서 사목하시는 신부님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문:사제 생활을 막 시작할 때는 열의도 넘치고 저 자신에 대한 자존감도 높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사제가 갖는 막중한 위치에 대해 자부심도 강했고요.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자꾸만 사제 생활에 대한 회의가 생깁니다. 제가 신자들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연 사제직이 이 사회에 필요한 직분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고 자꾸 저 자신이 철밥통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이런 마음이 안 들까요?




답: 우선 신부님의 그런 마음 자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리 치료에서는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마음의 병이 크다고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신부님은 자기 성찰을 하는 건강한 마음을 가진 분입니다. 그런데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신부님의 성찰이 적당 수준을 넘어서 자기 비난이나 자기 비하로 이어지면 내적인 힘을 상실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을 낼 수 있지만, 주위 사람들이 나를 비난하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자칫 우울감에 사로잡힐 위험성이 있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비난하고 평가절하해도 비슷한 심리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나친 자기 비난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신부님이 가진 문제는 사제직의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다는 것입니다. 사제들이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본당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신자들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너무 거창하고 높은 목표를 세우면 일상사 안에서의 작은 것들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심드렁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제로서 삶의 목표를 상식적인 수준으로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본당 신부들에게는 신자들의 심리적 아버지의 자리를 갖는 것이 사제직입니다. 즉 사제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은 자식들이 아버지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자식들이 아버지에게 바라는 것은 사실 단순합니다. 자식에 대한 관심입니다. 자식의 앞날을 걱정해주고 보살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아버지가 해야 할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역할입니다. 아버지가 외부에서 아무리 인정을 받아도 자식에게 관심을 소홀히 하면 가족들에게 외면당하듯이 사제들도 그렇습니다.

먼저 신자들의 아버지로서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실행하시면 됩니다. 본당에서 마주치는 신자들과 눈을 맞춰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힘든 신자들을 위해 기도해주는 일입니다. 이런 일상적인 행위들이 사제로서 해야 할 가장 필수적이고 가장 심리 치료 효과가 크게 나는 행위란 것입니다. 심리 치료에서는 환자들이 치료 효과가 나려면 상담자와 좋은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서로 믿는 마음, 서로 마음을 주고받고 싶은 마음이 들 때에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는데 이런 서로의 믿음은 거창한 것이 아닌 일상적인 작은 행위들을 통하여 생긴다고 합니다.

일전에 방문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경우를 보더라도 세계적인 이슈가 된 것은 교황님의 연설이나 거창한 행사가 아닌 작은 행위들이었습니다. 길을 가다가 아기를 보시면 차에서 내려 아이를 축복해주시는 모습, 신자들의 손을 잡아주시는 모습 등…. 사람들은 교황님의 그런 소소한 일상적인 작은 몸짓에 열광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본당 신부님들께도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제 직무의 높은 목표를 잠시 내리시고 교우분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보내신다면 마음의 힘이 빠지는 심리적 부작용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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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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