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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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75. 중노년층 남자 교우 사목은<상>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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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저는 새내기 본당 신부입니다. 사목을 하다 보니 자매님들은 왕성하게 활동을 하시는데 형제님들은 왠지 뒷전에 계시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때로는 성당 안에서 자매님들에게 핀잔을 들으시고 멋쩍은 웃음을 웃으시는 나이 드신 형제님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그분들을 위한 사목을 하고 싶은데 제가 나이가 젊어서 그분들을 대하기도 어렵고 그분들을 이해한다는 것도 버거운 마음이 듭니다. 이분들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좋은지요?



답: 신부님의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저 역시 젊은 나이에 본당 신부 생활을 할 때에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제 노년 초기에 들어서고 보니 형제님들의 힘겨움이 공감이 가고 그분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하는지가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우선 지금의 중노년층의 가장인 분들은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왜냐?

이분들의 노고가 없이는 지금의 우리나라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은 그야말로 척박한 곳입니다. 농사를 짓기에는 산악지대가 많고 자원은 빈곤하고 설상가상으로 남북이 분단되어 마치 작은 섬 같은 모양새를 한 것이 우리나라입니다. 이런 빈곤한 땅에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분들이 바로 지금의 중노년층의 남자분들입니다.

요즈음 노인들의 취미 생활에 대한 말들이 분분합니다만 지금의 중노년층은 취미는 사치이고 직장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하여, 자식 교육과 가족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입니다. 즉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갔다가 상처 입거나 나이 들어서 퇴역한 군인들 같은 분들이 지금의 중노년층입니다. 따라서 이분들은 당연히 존중을 받아야 하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분들입니다. 신부님께서도 이분들을 안쓰럽게 여기지 마시고 (안쓰러워한다는 것은 자칫 이분들을 복지 대상 정도로만 생각하게 할 수 있기에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분들의 과거 노력을 기억하고 상기하고 존중해드릴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분들이 존중받아야 할 두 번째 이유는 중노년층은 인생의 달인들이자 복음적인 삶을 실제로 살 수 있는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바둑이나 운동을 십 년 이상하면 고수라고 하는데 중노년층은 인생이란 쉽지 않은 게임을 수십 년을 몸으로 해오신 분들이십니다. 즉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현실 체험이 많은 분이기에 그런 면을 존중해 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신부님께서 지금처럼 그분들을 생각해드리는 마음가짐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리고 중노년층은 교회의 내적 자원입니다. 연세 드신 분들은 마음이 수도자 모드로 접어들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돈을 벌고 야망을 채우려고 애쓰느라 자신의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마음이나 몸이 기도하는 모드에 있지 못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중년을 넘어서 노년기에 접어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깨달아집니다. 그래서 중년을 넘어선 세대를 영성의 세대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입니다.

발달심리학에서도 인간은 중년의 시기를 넘어서야 신앙이나 자신의 존재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고 하는데 이런 심리적 자원이 교회에서는 절대로 필요합니다. 즉 신앙생활은 사람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의 믿음을 위해 하기 때문에 교회에서는 중노년층의 이런 면을 소중히 여기고 그분들이 교회의 정신적 기둥이 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이엠에프라는 국가 부도 사태를 겪은 후 돈에 대한 불안감이 극도로 심해져서 모든 것을 돈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바람에 중노년층이 가진 내적 자원을 활용하기는커녕 그분들을 홀대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사회적 문제이기에 우리 교회에서라도 중노년층 가장들의 심리적 영적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다음 호에는 중노년층 사목에 대한 말씀을 드리지요.)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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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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