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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323. 시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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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작금의 시위 사태에 대하여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우리나라 시위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부터 법이 있는데 왜 시위를 하느냐는 의견까지 분분합니다. 시위에 대한 이런 여러 가지 견해들을 들으면서 사목자로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답: 저 역시 신부님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명동성당에 시위대가 들어왔을 때 왜 시위대를 받아들였느냐는 사람들과 시위대를 보호해주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곤혹스럽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선 시위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듯합니다. 흔히들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한 국가이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으니 이제는 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고 폭력적인 시위는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제가 수년간 재개발 현장에서 경험한 바로는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 수준의 사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법은 있지만 그 법이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보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의 사회라는 말에 심한 회의감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법이 서민들을 보호해주지 못할 때 법에 호소해도 씨도 안 먹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 가난한 사람들은 시위라는 방법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인데 법이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할 때 어쩔 수 없이 시위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시위 문화입니다. 나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 시작한 시위가 엉뚱하게도 다른 서민들에게 폐를 끼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실제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경우 그리고 그 시위가 교통 혼란을 야기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하루 먹고 살기 바쁜 서민들입니다. 그래서 시위는 평화 시위여야 하고 다른 서민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합니다. 역사상 국민으로부터 지지받은 사람들은 서민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평화 시위를 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선동하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대중들이 시위할 때 시위대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끼어들어 옵니다. 그 중에는 특정한 정치적 이유로 들어오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시위대를 격하게 만들어서 시위를 폭력적인 분위기로 만들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문제는 시위를 폭력적으로 만드는 것을 가장 바라는 사람들은 그들만이 아니라 시위를 진압하려는 쪽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시위대가 격한 반응을 보이면 언론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을 폭도로 몰고 심지어는 좌파로 몰아붙이면서 시위대의 간절한 소망을 밟아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눈여겨볼 사람이 있습니다.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입니다. 군부에 의해 오랫동안 억압당해오던 사람들이 선거에서 이겼다고 군부를 자극하는 시위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였지요. 수치 여사의 당부는 대중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군부의 뒷수를 명확하게 들여다본 노련한 당부였던 것입니다. 수치 여사의 이런 신중한 언행으로 인하여 군부는 어떻게 해볼 여지 없이 수치 여사에게 끌려서 천천히 민주화의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혼란으로 규정하고 강압적인 방법으로 진압하고 싶어하는 심리는 무엇인가? 사회적 혼란이란 상대적으로 문제 해결이 제대로 안 될 때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들은 문제 해결보다 혼란 자체를 절대로 용인할 수 없는 현상으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깊은 고민 없이 단칼에 정리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해결은 사람들을 두 가지 상황으로 몰아붙이고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는 것입니다. 우선 국민들의 정서를 병들게 합니다. 자율적이지 못하고 순종하는 무기력한 사람들과 통제에 저항하려는 사람들로 말입니다. 또한 이런 식의 마무리는 대중을 무식한 무리로 인식하는 데서 오는 것이기에 단번에 혼란을 정리하려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무리함이 자신들의 무지에서 왔음을 잘 살펴야 할 것입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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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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