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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325. 그냥 믿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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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저는 서른 살 청년입니다. 오랫동안 여러 종교를 다니면서 길을 찾다가 성당에서 제 마음의 평안함을 얻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교했습니다. 그런데 저를 인도한 어른들은 “믿음은 의문을 가지려고 하거나 물음을 가지지 말고 그냥 믿어야 한다”며 “주님께서도 토마스 사도에게 ‘보지 않고 믿는 자는 복된 자’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신앙을 그냥 받아들이기보다 저 나름대로 이해하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이런 마음으로는 신앙인이 되지 못하는지요?

답: 그렇지 않습니다. 형제님의 생각은 아주 건강한 것입니다. 주님께서 토마스 사도에게 ‘보지 않고도 믿으라’는 말씀을 하신 것은 토마스 사도가 그렇게 많은 가르침을 듣고 많은 기적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심을 품었기에 질책하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신앙인은 구도자의 길을 가야 하는 사람들이고 구도자들은 죽을 때까지 배우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기에 형제님의 마음가짐은 바른 것입니다. 영성가들이 말하기를 믿음은 ‘해답’인 동시에 ‘물음’이라고 합니다. 죽을 때까지 물음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것이 신앙인의 삶이란 말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배움을 얻기 위해서 이 세상에 왔습니다.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더 행복해지거나 혹은 더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깊이 이해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은 24시간 열려 있는 학교와도 같습니다. 이 학교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과목들은 사랑 용서 행복 상실 두려움 인내 수용 등으로 인간다워짐을 배웁니다. 그리고 이 수업을 다 마치고 나면 나비가 누에를 벗고 날아오르듯이 우리 마음도 유아적 상태에서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배우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방랑자들입니다. 늘 떠나는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성경을 보면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떠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도 사람들에게 떠나라는 말씀을 하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방랑 수행자 구도자가 되라는 말씀이십니다. 그렇다고 해서 집을 떠나란 말은 아니고 마음이 진리를 찾아서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성심리학자들은 방랑자의 원형은 인류 특유의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모습이 없을 때 우리는 인간 특유의 모습을 상실하게 됩니다. 제 자리에 안주한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퇴행하여서 고집스럽고 흉해져 갑니다. 방랑자들은 무언가를 배울 때 권위자들이 던지는 답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신만의 진실을 찾아 나섭니다. 아웃 사이더가 되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는 삶을 삽니다. 그래서 복종이나 경직된 도덕관은 길을 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영성심리학자들의 견해입니다. 새로운 도덕 새로운 관념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주님의 가르침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길을 떠나야 하고 물음을 던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삶의 의미를 배우려 하지 않고 그저 시키는 대로 가르쳐주는 대로 살게 되면 방어기제 중에서 ‘내사’라는 방어기제 자기 자신에게 심리적 고문을 가하는 방어기제가 생겨서 기도는 많이 하는데 마음은 늘 우울하고 힘겨운 신앙생활이 시작됩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신앙생활이 아니라 자기고문 게임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의 어느 시점에서 물음을 던질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일까? 주님께서 내게 바라는 삶일까 하는 물음 - 그래야 하느님께서 주신 인생의 의미가 다가옵니다.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말년에 건강이 악화되었지만 그의 시는 힘이 넘쳤다고 합니다. 비록 몸은 병들었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내적 탐구를 하면서 삶의 활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집회서의 지혜에 대한 말씀을 소개합니다. “지혜는 자신의 아들들을 키워 주고 자신을 찾는 이들을 보살펴 준다.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을 사랑하고 이른 새벽부터 지혜를 찾는 이들은 기쁨에 넘치리라. 지혜를 붙드는 이는 영광을 상속받으리니 가는 곳마다 주님께서 복을 주시리라(집회 4 11-13).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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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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