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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45> 신앙인의 투표(하)

공동선·사회정의가 선택 기준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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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보수주의자이고 누가 진보주의자일까. 이들은 툭하면 서로 증오한다. 이들의 대립을 기득권 지키기와 빼앗기라고 부르면 어떨까. 상식과 몰상식으로 구별하면 어떨까.

 이들의 싸움은 어린 학생들 밥 먹는 문제, 교육 문제를 놓고도 벌어진다. 4대강 사업,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도 싸움은 이어진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 더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에 대한 이해에서도 대립한다. 무엇을 지키고자 하고, 무엇을 향해 나가려는 것일까.
 
 #거짓 좌우 이념의 허상을 넘어서
 `내 삶의 주인은 나 자신`이라는 정치적 자유를 갈망하고, 그 자유를 훼손하는 인간의 탐욕을 `공동체`의 이름으로 통제하겠다는 좌우의 두 건강한 날개는 찾아보기 어렵다. 주권재민의 정치의식은 왜곡된 대의민주주의의 권력 욕망으로 질식당할 지경이며, 평등을 꾀하는 경제정의는 탐욕의 시장자유주의에 의해 짓밟히고 있다.

 참된 인간화ㆍ사회화를 지향하는 `참된 발전`(평화)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보수와 진보도, 좌익과 우익도 없다. 그냥 권력욕과 탐욕의 정도 차이가 보수와 진보, 좌와 우가 있을 뿐이다.

 한국전쟁의 상흔은 평등과 자유의 유전인자마저 멸하려는 국가주의 모습으로 남았다. 국가안보는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세계 많은 나라 가운데 우리만 전쟁을 치렀을까. 냉정히 물어보자. 국가주의는 필연이었는지를. 또, 정치 및 경제 독재가 역사의 필연이었는지.

 전범국인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을 비롯해 영국과 프랑스 등 많은 유럽의 국가가 전화를 겪었다. 그 국가들이 전쟁 후 반드시 국가주의, 정치ㆍ경제의 독재의 길을 걸었는가? 역사는 우리가 걸은 길이 필연이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가 독재의 길을 걷는 동안 그들은 민주의 길을 걸었다. 우리가 국가주의를 신성시하는 동안 그들은 국가를 인간을 위한 도구로 다듬었다.

 그런데 우리는 다시 국가주의에 대한 향수와 정치ㆍ경제 독재에 대한 그리움의 현상을 목도한다. 불의든, 거짓이든, 민족과 국가의 이름으로 행동하고, 번영을 가져다주겠다면, 모든 것을 용납했던 과거 독일과 이탈리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히틀러도 무솔리니도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등에 업고 권좌에 올랐다. 그들이 전 세계를 전장으로 몰아넣고 무수한 이들을 살상하는 세계 대전을 일으켰을 때에도, 독일과 이탈리아 시민은 열렬히 지지했다. 불과 몇십 년 전의 일이다.

 망각하는 역사는 되풀이되는 법일까. 수십 년의 독재도, 두 차례의 쿠데타도, 일상이 돼버린 시장의 실패도 우리는 철저히 망각하려 한다. 아니 잊으라는 국가주의자와 시장주의자들의 요구에 충실히 따른다. 과거를 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그들의 다그침에 충실히 따르려 한다.
 
 #책임 있는 참여의 길로
 아픔을 망각하고 장밋빛 현실에 취한 오늘 우리의 삶은 미래 세대의 짐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미래 세대의 삶을 무작정 그리고 무책임하게 앞당겨서 소비하는지 모른다. 슬그머니 공공부채와 민간영역 부채 2천조를 떠넘기려 한다. 무분별한 노동자 해고의 문제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 그리고 우리만의 문제일까. 가까운 미래의 예고편일지 모른다.

 철탑에 올라 생존을 향한 사투를 벌이는 노동의 문제가 우리 시대만의 문제일까. 아니다. 가까운 미래, 아니 지금의 청년들을 짓누르기 시작한 고역의 서막이 일지 모른다. 국가주의와 정치 및 경제의 독재는 사람을 국가의 구성요소쯤으로, 정치권력욕의 대상쯤으로, 경제 수단 가운데 하나쯤으로 전락시킨다. 수단은 그 속성상 필요에 따라 동원되고, 폐기될 뿐이다.

 우리가 무절제한 탐욕이 채워지지 않아 불행하다면 사필귀정이겠으나, 다음 세대의 삶마저 앞당겨 황폐화할 권리가 있을까.

 "우리나라는 1948년에 제정된 헌법을 통하여 민주공화국으로 출범한 이래, 군사 독재와 권위주의 정부 시대를 거쳐 마침내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최근까지도 권력주변의 비리를 비롯한 정치인들과 검찰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등 권력의 부패와 윤리적 타락으로 인한 정치 불신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기업의 횡포로 인한 정리해고 남발,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 양극화 심화 등 사회적 약자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습니다. 청소년과 노인 자살 급증, 심각한 저출산과 청년실업 문제 등 우리 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드리는 호소,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인간의 존엄함과 그 존엄함을 실현한 기본적인 권리들(인권)을 절대가치로 여기고, 사회정의와 공동선 실현에 앞장서며, 정의와 사랑의 열매인 평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통치자를 선택하는 것은 성숙한 정치의식으로 무장한 시민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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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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