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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50> 교회의 창립자 예수님께서 낚으시려는 사람들

소외된 이들을 제자로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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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는 성탄시기를 보낸 뒤 연중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연중 제1주일 평일미사에서 우리는 마르코 복음 말씀을 들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주님께서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시겠다며 제자들을 부르셨다. 그리고 더러운 영에 들린 사람, 열병으로 누워있는 시몬의 장모, 갖가지 질병을 앓는 사람, 한센병과 중풍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고쳐주시며 많은 마귀를 쫓아내신다. 그리고 세리와 죄인들과 밥을 같이 드신다. 짧은 복음이지만 당신이 제자를 부르며 하신 "사람을 낚는다"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복음에서는 "이런 이들이 예수님을 많이 따르고 있었다"고 요약했다.
 
 #예수님과 율법학자의 하느님
 그런데 사람을 낚는 예수님의 행보를 못마땅해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율법학자 몇 사람은 예수님을 두고 "이 자가 하느님을 모독하는군. 하느님 한 분 외에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며 시시비비를 따지자고 한다. 그리고 바리사이파 율법학자들은 "저 사람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하며, 예수님과 그 제자들을 갈라놓으려고 한다. 율법학자쯤 되면 하느님에 대해서도 남들보다는 권위를 갖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하느님과 하느님의 법에 관한 지식으로 사람들을 평가했을 것이다. 더러운 영에 사로잡혔든, 나병에 걸렸든, 중풍에 쓰러졌든, 세리든, 죄인이든,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들을 가까이해서는 안 될 부류의 인간으로 평가했을 것이다.

 똑같은 부류의 사람에게 예수님은 "하느님의 복음"(마르 1,14)을 전하며, 그들을 해방시키며, 그들과 식탁을 같이 하신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는데, 율법학자들은 그 예수님을 "하느님을 모독한다"고 한다.

 여기서 진지하게 묻게 된다. 율법학자의 하느님과 예수님의 하느님은 같은 하느님일까? 만일 같은 하느님이라면, 율법학자가 예수님을, 예수님께서 율법학자를 서로 비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을 두고 하느님을 모독한다는 극단적 비난을 서슴지 않고, 예수님께서는 그 율법학자들을 위선자, 회칠한 무덤 같은 이들이라고 비난한다. 서로 비난하고 있는 셈이다. 이 율법학자 그룹은 예수님을 바로 `하느님을 모독한 죄`로 십자가에 매달았다. 스스로는 할 수가 없어 총독 빌라도의 손을 빌려서라도 그 예수님을 죽였다. 이쯤 되면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예수님을 죽일 정도로 증오했거나, 하느님께 대한 절대적인 신념을 갖고 있거나. 죽일 정도로 증오했다면 무엇 때문에 그랬을까? 어쨌거나 죽일 정도로 증오했다면, 그들에게 자비의 하느님은 없는 셈이다. 하느님께 대한 절대적 충성으로 그랬다면, 이는 신념이라기보다는 광기의 폭력에 불과하다.
 
 #이 시대 주님의 제자는 누구인가
 율법학자의 하느님과 예수님의 하느님은 같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적어도 복음이 전하는 내용을 살펴볼 때 그들이 믿는 하느님과 예수님께서 믿는 하느님은 같은 하느님이 아니다. 여기서 오늘의 우리 교회와 신앙인의 모습을 무겁게 성찰하게 된다. 과연 우리가 믿는 하느님, 우리가 따르는 하느님의 뜻은 무엇일까. 우리가 높이 부르는 하느님의 이름과 우리가 입으로 고백하는 하느님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믿은 하느님과 같은 분일까.

 교회 사람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걸친 양극화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이야기한다. 어디서부터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걱정한다. 그러는 사이 우리의 이웃, 사회적 약자들은 추운 거리에서 천막생활을 한다. 그리고 철탑 위에서 절규한다. 종교와 교회는 혹시 그들의 몸짓이 교양 없고 경건치 못하다고 거리를 두려는 것은 아닌지…. 그들을 정화시키기 전에는 한 식탁에 앉을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성경에서는 소외받는 이런 이들이 예수님을 많이 따랐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들을 당신 제자들을 부르셨다. "교회는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자기 창립자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습을 알아본다"(「교회헌장」, 8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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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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