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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53> 도덕성을 갖춘 지도자가 인재다

정치권위는 도덕률로 세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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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호에서 설을 맞아 `지구인이 함께 사는 길`을 찾기 위해서라도 국가 각 분야의 지도자들이 사리사욕에 빠지지 못하도록 한 사람 한 사람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예전보다 더 절실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우리는 분야마다 존경받는 지도자를 만나기가 너무 어렵다. 지도자의 도덕성을 찾아보는 일은 아예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른다. 오죽하면 평범한 시민의 입에서 "그렇게 엄격하게 도덕성을 따지다가 나라를 위해 일할 인재를 구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하는 말이 나올까. 더욱 슬픈 것은 "그런 인재가 있겠어? 괜찮은 사람치고 부동산투기, 논문 표절, 병역기피, 세금누락, 위장전입, 그런 거 안 하는 사람 있겠어" 하는 맞장구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대중매체가 전하는 소식들은 시민에게 엉뚱한 기대를 갖게 한다. 이번에는 어떤 불법, 탈법이 능력의 목록에 추가될까 하는 기대 말이다.

 #진리 추구는 지식인의 몫이다

 그런데 요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접한다. 나라를 위한 인재를 찾는데, 도덕성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공개하지 말자는 식으로 말하지만), 슬금슬금 시민 의식을 흐리려 한다. 교회는 정치적 권위가 "국민의 단순한 동의만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도덕률에 따라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396항)고 가르친다.

 관련된 이들의 도덕성을 뒷순위로 놓으려 하거나 지나치게 따지지 말자고 하는 것을 두고, 백번 양보해 정당하지 않은 권력욕에 휘둘려 그랬다 치자. 그러나 언론이나 지식인, 혹은 종교인들 입에서 그런 식의 말을 들을 때에는 사정이 다르다. 공동체를 암흑의 야만으로 내몰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매체의 윤리성을 이야기할 때, "정보의 객관성의 권리 행사"를 말한다. 흔히 말하는 시민의 알 권리가 그것이다. 그런데 대중매체가 나서서 정치권력의 토대인 도덕성을 살피지 말자는 식으로 이야기한다면, 이는 대중매체 자체의 윤리성을 의심케 한다. 더 나아가 시민의 건전한 판단을 흐리게 한다.

 지식인의 책임은 무엇일까? 오늘날 자본은 지식을 상품으로 만들어버렸지만, 그렇다고 지식인이 스스로 그 책임을 포기해도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거짓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고, 오류 속에서 진리를 밝혀 문명을 일구는 몫은 비록 고달프지만, 상당 부분 지식인의 책임이다. 축적한 지식을 동원해서 정치권위의 도덕성을 부수적이고 하찮은 것으로 만드는 일은 결코 지식인의 임무가 아니다. 이는 수많은 사람을 거짓으로 이끄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종교야말로 저마다 형태와 길이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진리를 추구한다. 아무리 현실 조건이 열악하더라도 궁극적 진리에 토대를 둔 도덕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를 포기한다면 더는 종교가 아니다.
 
 #도덕률은 지도자의 덕목이다

 사순 제1주일의 복음(루카 4,1-13)은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셨다는 내용을 다룬다. 그 유혹 내용이 어쩌면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탁월한 능력을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돌을 빵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 나라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차지하는 능력, 어떤 위기에서도 쓰러지거나 다치지 않는 능력 말이다. 불법이든, 탈법이든, 불의든, 부도덕함이든 괜찮다. 그런 능력만 있다면 인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사실 돌을 빵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나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로 축재하는 능력은 비슷하다. 모든 권세와 영광을 차지하는 능력이나 권력자를 쫓아 경배하며 변신할 수 있는 능력 역시 비슷하다. 꼭대기에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는 능력은, 어쩌다 운이 없어 추락하더라도 반드시 다시 일어서 인재로 인정받는 능력과 닮았다. 도덕성이 모자란 지도자가 불법, 탈법, 불의, 부도덕함으로 욕망을 실현하는 것을 능력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 자리에서 여러 차례 소개했지만, 우리 현실을 두고 말하는 것 같아 교회의 교리를 다시 소개한다. "민주주의 제도의 가장 심각한 결함 가운데 하나는 도덕원칙과 사회정의 규범을 한꺼번에 짓밟는 정치적 부패이다. 정치적 부패는 국가의 올바른 통치를 위협하며, 통치자와 피통치자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한 공공기관들에 대한 불신을 증대시키고, 차츰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야기한다"(「간추린 사회교리」 411항).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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