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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2) 돌보미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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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땅별 지구가 아파하고 있다. 지구의 생태계가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홍수, 가뭄, 이상 고온 등으로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또 무분별한 산림 벌채, 사막화 현상, 생물 다양성의 상실로 생태계는 위기에 처해 있다. 깨끗한 물은 부족하고 석유는 고갈되어 간다. 지구는 마치 병에 걸려 아파하는 사람처럼 보살핌과 돌봄을 필요로 한다.

생태 위기에 직면한 오늘날 그리스도교 신앙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리고 성경은 우리에게 어떤 길을 제시하고 있는가? 환경과 생태적 차원의 문제 앞에서 우리는 성경에게 길을 묻는다. 사실 환경과 생태의 주제와 관련하여 구약성경에 비해 신약성경이 소홀하게 다루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성경은 구약뿐 아니라 신약에서 오늘의 우리에게 생태적 차원에 대한 놀라운 가르침을 말하고 있다.

성경에는 하느님에 대한 수많은 묘사와 은유들이 있다. 그중에서 우리는 목자, 정원사, 어머니, 유모와 같은 이미지들을 만나는데, 이들은 인간과 세상을 돌보시는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표현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성경의 하느님을 잘 표현하는 은유(metaphor) 중의 하나로서 ‘돌보미’(caregiver)라는 단어를 발견한다. 이 돌보미 은유는 군림하고 다스리기 위해 위로 올라가시는 하느님이 아니라 섬기고 보살피기 위해 아래로 내려오시는 하느님의 이미지를 잘 표현한다. 임금이나 전사(戰士) 등과 같은 이미지와 비교해볼 때, 돌보미의 은유는 성경의 하느님을 더 잘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마치 어린이, 노인, 환자와 같은 약한 이들을 보살피는 돌보미처럼, 하느님은 당신이 만드신 것을 돌보신다. 이와 같이 돌보미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하느님과 창조 이해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하느님은 천지의 창조주이시다. 그래서 모든 창조물은 하느님에게 소중하다. 성경은 하느님과 창조물 사이의 친밀한 관계에 대하여 계속해서 말한다. 창세 1장31절에 따르면, 창조를 다 마치시고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 창조에 대한 이러한 긍정적인 시선은 성경 곳곳에 가득하다. 성경은 창조에 대해 기쁨으로 환호하고 노래한다. 그래서 하느님은 당신에게 귀중한 창조물인 지구를 돌보신다. 그분은 당신이 만드신 인간뿐 아니라 모든 피조물을 보살피시고, 그 고통에 함께 아파하신다(compassionate). 그분은 “들풀을 입히시고 하늘의 새를 먹이시는 하느님”(마태 6,25-34 참조)이시다. 성경은 당신이 만드신 것을 돌보시는 하느님을 계시하고, 당신이 창조하신 것을 해치는 것은 그분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잠언 14장31절에 따르면, “약한 이를 억누름은 그를 지으신 분을 모욕하는 것이고 불쌍한 이를 동정함은 그분을 공경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느님이 피조물을 돌보시는 이유는 그것을 당신이 손수 만드셨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이 만드신 피조물을 해치는 것은 그분을 모욕하는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느님 닮기에로 초대를 받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피조물을 보살피시는 돌보미 하느님을 닮는 삶에로, 즉 돌보미로 살도록 초대받았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이 만드신 것을 돌봄으로써 그분을 섬기고 그분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드러내는 삶으로 부르심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 특히 약한 이들을 보살피고 고통당하는 피조물을 돌보는 것, 즉 이웃과 지구 생태계의 돌보미로 사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다.

그리스도인은 생태계의 위기에 처한 지구를 돌보고 보살펴야 한다. 그런데 누가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는가? 과학자들, 환경운동가들, 정치인들이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기 때문인가?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 바로 성경이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생태계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기’(compassion)와 지구와 환경의 돌봄을 살아야 한다.


송창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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