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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3) 사회 정의와 생태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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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샬롬’은 ‘완전’ ‘완성’ ‘번영’ ‘물질적이고 영적인 안녕(well-being)’을 가리키는데, 이것은 하느님의 궁극적인 창조 목적이다. 즉 샬롬은 이 땅 위에 피조물을 위한 정의를 세우고 평화로운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는 것이다. 여기서 하느님 창조의 소중함과 돌봄의 필요성은 정의와 평화의 주제와 연결된다. 이와 같이 성경에서 샬롬, 즉 평화는 정의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시편 72장3-4절은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산들은 백성에게 평화를, 언덕들은 정의를 가져오게 하소서. 그가 백성 가운데 가련한 이들의 권리를 보살피고 불쌍한 이들에게 도움을 베풀며 폭행하는 자를 쳐부수게 하소서.” 이사 32장17절은 “정의의 결과는 평화가 되고 정의의 성과는 영원히 평온과 신뢰가 되리라”고 말한다.

창조의 목적이 샬롬이듯이, 하느님의 재창조(re-creation)는 샬롬의 회복이다. 즉 재창조는 결핍과 억압의 조건이 샬롬의 상태로 변화되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수님의 비전에 따르면, ‘평화를 이루기(peacemaking)’는 샬롬의 회복이고, 그것은 사회 공동체 안에서 화해와 정의를 목표로 한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의 우선적인 과제는 단지 ‘평화를 유지하기(peace

keeping)’가 아니다. 즉 ‘평화를 이루기’는 단지 기존의 사회 제도를 지탱하는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일 수는 없다. 평화는 사회적 침묵과 같을 수는 없다. 여기서도 정의와 평화는 완전히 연결된다.

하느님은 온 우주 만물의 창조주이시기에 그분의 정의에는 사회적인 것과 생태적인 것의 분리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성경이 말하는 정의는 우리 삶의 모든 측면들, 즉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것, 공적이고 사적인 것,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것, 인간뿐 아니라 그 밖의 모든 피조물과도 관련이 있다. 왜냐하면 제한된 정의는 더 이상 정의가 아니라 오히려 불의이기 때문이다.

성경이 말하는 하느님의 재창조는 이 땅에 우주적 정의를 세우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사회 정의와 생태 정의를 모두 포함한다.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 사건을 기억한다. 하느님은 이집트의 강력한 제국에 대조되는 대안 사회(alternative society)의 증인으로서 가난하고 억압받는 백성, 이스라엘을 선택하셨다. 그리고 하느님이 모세에게 주신 율법은 사회 정의와 생태 정의를 모두 포함한다. 하느님의 정의는 개별적인 믿는 이를 구원하는 정의뿐 아니라 그 정의를 증언하고 찾도록 우리를 초대하는, 그분이 하신 모든 일의 아름다움과 질서를 가리키기도 한다. 하느님은 이스라엘을 통하여 파라오의 정의를 반박하는 대안적인 방식의 정의를 보여주신다. 하느님은 이스라엘을 불의로부터 해방시키심으로써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억압받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신다. 그래서 억압과 권력 남용을 특징으로 하는 이집트 파라오의 통치와는 대조적으로 이스라엘 안에서는 관대함과 평등이 실재가 되어야 한다.

미카 예언자는 “사람아, 무엇이 착한 일이고 주님께서 너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그분께서 너에게 이미 말씀하셨다. 공정을 실천하고 신의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느님과 함께 걷는 것이 아니냐?”(6,8)고 말한다. 정의의 실천은 사회 안에서 변두리로 내몰린 사람들에 대한 ‘함께 아파하기(compassion)’이다. “선행을 배워라. 공정을 추구하고 억압받는 이를 보살펴라. 고아의 권리를 되찾아 주고 과부를 두둔해 주어라.”(이사 1,17) 그리고 이사 11장1-9절에서처럼, 하느님의 정의는 평화와 분리될 수 없으며, 사회 정의와 생태 정의는 나누어 질 수 없다.

사회적 불의가 만연하는 곳에서 땅은 어김없이 황폐화되고 열매를 맺지 못한다. 인간적인 불의는 사람들 사이에서 뿐 아니라 생태계 안에서도 억압과 고통을 낳는다. 왜냐하면 사회 문제와 환경 문제는 별개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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