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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4) 사회 정의를 위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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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의 예언자들은 구체적인 이스라엘 역사의 현장에서 생생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메시지는 종교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이었다. 예언자들은 사회 정의를 위한 하느님의 열정(passion)과 가난하고 변두리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함께 아파하기(compassion)’를 선포하고 실천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불의한 사회 현실과 정치권력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역사의 예수님(Jesus of history)은 구약의 예언자를 많이 닮았다. 그분은 당시 세계 질서를 이루던 로마 제국의 평화(Pax Romana)와 이에 결탁한 헤로데 가문의 통치, 그리고 예루살렘 성전 체제라는 유다이즘의 현실 안에서 하느님 나라 운동이라는 전혀 새로운 질서와 가치를 대안으로 제시하셨다.

예수님은 구체적인 역사의 현장에서 사회 정의를 위한 하느님의 열정과 가난하고 변두리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함께 아파하기’를 가르치고 실천하셨다. 따라서 그분의 가르침과 실천은 종교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이었다. 예수님은 당시의 사회·정치적 질서와 종교적 불의에 대해 비판적이셨다.

이와 같이 사회적 예언자인 예수님의 사상과 실천은 사회·정치적 차원을 가진다. 이것은 예수님이 당시 사회 체제 안에서 다양한 사회적 불의를 직접 체험하고 관찰하신 것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예수님이 사셨던 기원후 1세기의 팔레스티나는 억압 정치와 착취 경제의 특성을 가진 전·근대적인 농경 사회적 지배 체제였다. 당시 철저한 신분 사회적이며 위계적이고 가부장적인 체제에서는 소수의 지배 엘리트들과 부자들이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부를 차지하였다. 즉 사회적 부의 원천은 시골 농부들의 생산물이었는데, 이것은 대부분 직접 생산에 참여하지도 않는 소수의 도시 지배 엘리트들과 부자들의 차지가 되었다.

예수님은 시골 사람이셨고, 그분의 직업은 목수였다(마르 6,3). 여기서 목수로 번역된 단어는 그리스어로 ‘테크톤’인데, 이것은 단지 나무를 다루는 목수뿐 아니라 돌을 다루기도 하고 다른 기술도 가진 넓은 의미의 기술자를 가리킨다. 이와 같이 예수님은 농부보다 경제적으로는 더 나을 것 없는 사회적으로 낮은 신분의 기술자셨다. 사실 당시 로마 제국의 통치하에서 팔레스타인 농민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갔다. 많은 농민이 자신의 토지를 잃고 소작인으로 전락하였는데, 이것은 농업의 상업화와 헤로데 왕의 대규모 토목 사업이 낳은 결과였다. 그래서 예수님 당시에는 급속한 사회적 변화가 진행되었고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각종 불의가 자행되었다.

예수님은 바로 이러한 구체적인 역사의 현장에서, 즉 억압적이고 착취적인 사회 체제 안에서 고통받는 가난하고 변두리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함께 아파하기’와 사회 정의를 가르치고 실천하셨던 것이다.

따라서 예수님의 가르침과 실천은 하나의 사회적 비전(social vision)을 제시한다. 그것은 예수님의 대안인 ‘함께 아파하기’의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이다. 그리스도 신앙은 예수님을 뒤따르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예수님의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리가 예수님을 뒤따라 산다는 것은 그분의 비전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예수님처럼 살기, 예수님 닮기인 그리스도교 신앙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차원을 가진다. 신앙은 그저 나 혼자 예수님을 잘 믿어 나중에 천당에 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렇게 신앙을 개인의 일로 만들어 버리는 사사화(私事化, privatization)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풍요로운 차원을 축소시키고 제한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우리에게 예수님의 사회적 비전을 배우고 실천하도록 초대한다.

즉 예수님을 뒤따르는 신앙은 우리 안에서 사회정의를 위한 열정을 다시 일깨우고, 대안적 질서와 가치인 하느님 나라를 위해 투신하도록 초대한다. 이 투신은 사회정의를 위한 행동과 연대 안에서 구체화될 것이다.


송창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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