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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8) 세 번째 유혹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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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에 대한 악마의 세 번째 유혹 이야기는 마태오복음 4장 8~11절에 소개된다. 악마는 예수님을 거룩한 도성의 성전 꼭대기에서 다시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가서,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영광을 보여 주며 말한다.

“당신이 땅에 엎드려 나에게 경배하면 저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소.”(마태 4,9) 여기서 예수님은 악마를 경배하고 섬김으로써 강력한 권력을 가지도록 유혹 받으신다. 악마는 당시의 로마제국이 가진 것과 같은 그런 강한 힘과 부를 가지도록 예수님을 유혹한다.

사실 예수님 당시에 로마제국은 많은 유다인들의 죽음과 고통에 책임이 있는 세력이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로마제국을 사탄 같은 존재로, 사탄의 대변자로 간주했다.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해 세상을 지배한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유다 민중들은 정치적으로는 억압 당하고 경제적으로는 착취 당했던 것이다.

이처럼 악마는 폭력적인 힘을 가진 권력의 소유에로 예수님을 유혹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악마의 이 세 번째 유혹에 저항하신다. 그분은 폭력에 의한 세상의 지배와 권력에 의한 억압과 착취를 유혹하는 악마의 시도를 거부하신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그러한 악마적 방식의 시도가 어떻게 불의를 낳는지를 잘 알고 계셨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마와 악마적 방식에 대한 예수님의 저항은 평화에 뿌리를 둔 정의라는 하느님의 기준을 증언한다. 그래서 예수님은 신명기 6장 13절을 인용하시며 말씀하신다. “사탄아, 물러가라.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마태 4,10)

우리는 성경을 통하여 모든 창조세계는 하느님에게 속하고 창조물의 운명은 하느님을 창조주로 경배하고 찬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예수님을 유혹하는 악마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만일 모든 것이 하느님에게 속한다면, 악마가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거짓말이 된다. 즉 악마는 예수님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영광’을 제공할 수 있다는 악마에게 예수님이 저항하신다는 것은 그 악마의 거짓을 폭로하시는 것이다. 예수님은 악마가 속이면서 유혹하는 영광의 비전을 거절하신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필요하고 또 요구되는 것은 하느님에 대한 헌신과 우주적 정의를 가져다주는 그분의 말씀에 대한 헌신이라는 것을 밝히신다.

악마는 머리에 뿔이 달린 괴물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지 않는다. 악마는 좋은 것에 대한 인간의 열망을 이용한다. 인류의 역사 안에서 수많은 혁명가는 이타적인 동기에서 영감을 받아 옛 질서가 무너지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권력을 차지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들의 행동은 결국 이기심과 탐욕의 조종을 받기도 하였다.

오늘날에도 현대 사회는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유혹한다. 그래서 행복은 소유를 통해 온다고, 더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행복해진다고 선전한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치러야 하는 그 엄청난 사회적이고 생태적인 비용을 교묘히 감추어버리고는 더 많은 것을 구매하도록 거짓말을 팔고 선전하는 것이다. 이기심과 탐욕의 우상 숭배는 결국 인간 존재를 짓밟고 생태계를 파괴한다. 이렇게 악마는 평범한 일상생활 안에서 유혹한다. 일상의 정치, 경제, 사회, 종교 생활 안에서 악마적 방식을 선택하도록 유혹한다.

이러한 유혹 앞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선택을 기억한다. 그래서 우리는 악마와 악마적 방식이 아닌 하느님을 경배하고 섬기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우주적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

예수님은 악마에게서 ‘착취’ ‘떠들썩하고 신기한 행동’(sensationalism) ‘폭력’ 이라는 세 가지 유혹을 받으셨다.

이 유혹에 저항하시면서 예수님은 하느님에 대한 신뢰와 우주적 정의에 대한 헌신을 선택하셨다. 그래서 그분은 이 땅 위에 우주적 정의가 실현되는 하느님 나라의 건설에 투신하셨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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