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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9) 인간 중심성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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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적인 생각은 인간을 모든 창조 세계의 주인으로 여기고, 자신이 창조물을 지배하고 착취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더 넓고 복잡한 생태 체계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이 ‘인간 중심성’(Human-Centeredness)은 자연에 대한 약탈과 조작을 낳고 지구에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리스도교 역사에서도 하느님의 구원 행위를 인간 중심적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신앙의 본질을 소수의 선택받은 이들이 임박한 심판으로부터 구원되는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이 경향은 다수의 다른 사람들과 나머지 창조 세계를 구원으로부터 배제시킨다. 그리고 자연 세계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연 세계는 단지 인간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구원 행위가 펼쳐지는 배경을 제공할 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간 구원을 자연으로부터의 해방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성경을 개인주의적이고 인간 중심적으로 읽는다.

그러나 이 인간 중심성은 성경, 특히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를 잘못 이해한 데에서 기인한다.

과연 하느님은 당신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에게 모든 창조 세계를 지배하고 약탈하도록 위임하셨는가? 하느님은 인간에게 “지구는 너희 것이다. 그것을 차지하고 약탈하여라”라고 말씀하셨는가? 사실 하느님은 당신의 모습으로 인간을 창조하시고 복을 내리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그리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창세 1,28)

이 말씀은 모든 창조 세계에 대한 하느님의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이 위임은 창조물에 대한 폭력과 지배를 의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창조 세계를 돌보시는 분이시고, 그분의 위임은 결국 창조 세계를 돌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다는 것은 폭압적인 지배자로 승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나머지 창조 세계를 친밀하게 돌보는 책임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창세기 2장 15절에 따르면,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데려다 에덴동산에 두시어,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다.”

여기서 ‘일구고 돌보다’는 표현은 섬김을 의미하는데, 그 반대말은 ‘통제와 폭력’이다. 섬김을 거절하는 것은 하느님에 대한 불순종을 의미한다(예레 2,20).

성경의 하느님은 인간에게만 관심을 기울이시는 분이 아니라 모든 창조 세계의 하느님이다. 하느님은 인간만이 아니라 온 창조 세계와 우주에 대해 염려하신다. 모든 창조물은 하느님의 좋은 선물이고 인간은 그 창조 세계를 돌보고 ‘함께 아파하기’(compassion)에로 초대받았다.

성경은 인간과 창조 세계에 대한 평화의 비전을 제시한다. 즉 성경의 전망은 인간 중심성 그 너머이다. 나머지 창조 세계는 단지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인간과 창조 세계 사이의 평화와 조화의 전망을 제시한다. 하느님의 관심이 인간에게로만 방향 지워져 있다면 왜 예수님은 인간 사회로부터 멀리 떨어진 광야로 가셨을까?

마르코 복음서 1장 13절에 따르면 광야에서 예수님은 들짐승들과 함께 지내셨다. 여기에서 우리는 예수님과 들짐승으로 대표되는 창조 세계와의 평화의 비전을 발견한다. 이것은 이사야서 11장 6~8절을 기억하게 한다.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리라.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고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암소와 곰이 나란히 풀을 뜯고 그 새끼들이 함께 지내리라.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젖먹이가 독사 굴 위에서 장난하며 젖 떨어진 아이가 살무사 굴에 손을 디밀리라.”

결국 성경이 제시하는 전망은 인간 중심성 그 너머로, 구원의 역사는 구원의 생태학이라는 사실이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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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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