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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10) 해방의 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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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성경에서 두 종류의 외침을 만난다. 첫 번째 외침은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의 울부짖음이다. “나는 이집트에 있는 내 백성이 겪는 고난을 똑똑히 보았고, 작업 감독들 때문에 울부짖는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 정녕 나는 그들의 고통을 알고 있다.”(탈출 3,7) 이것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의 외침이다.

두 번째 외침은 창조 세계의 탄식이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22-23) 이것은 생태계의 외침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성경에서 생명과 자유를 위한 가난한 이들의 외침과 억압 아래에서 신음하는 지구의 외침을 듣는다.

이 두 외침은 공통점을 가지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가난한 이들의 외침은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초래되는 사회적 불의와 정치, 경제적인 억압과 착취에 그 고통의 원인이 있다. 그리고 지구의 외침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에서 초래되는 생태적 불의와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하는 개발과 약탈에 그 고통의 원인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착취는 창조 세계에 대한 약탈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사회적 불의와 생태적 불의가 서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즉 사회적 불의는 생태적 불의를 초래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그래서 창조 세계에서 가장 위협받는 존재가 바로 가난한 이들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이 두 외침에 직면한다. 그리스도인의 양심은 이 외침들에 귀 기울이게 한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에 대한 관심은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예언자들의 거룩한 분노를 닮은 것이다. 그것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인 선택으로 구체화된다. 이 선택은 가난하게 만드는 억압과 착취에 대한 저항이고 해방을 위한 실천이다.

해방 실천은 고통당하는 가난한 이들의 전망에서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구조를 고발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조직되고 의식적인 가난한 이들이 능동적인 주체로서 해방에 투신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해방 실천은 인간의 사회적 관계 안에서 ‘사회 정의’(social justice)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 해방 실천은 ‘사회적 생태학’(social ecology)에로 연결된다. 왜냐하면, 사회적 불의와 생태적 불의는 공통의 원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정의가 성취되면 생태 정의도 실현될 것이다. 사회적 생태학은 인간과 자연, 즉 다른 창조 세계와의 관계에 주목한다. 그래서 해방 실천은 ‘생태 정의’(ecological justice)의 실현으로 나아간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착취와 지배가 아니라 형제, 자매의 올바른 관계로 형성된다. 이 관계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 가능하다. 따라서 해방 실천은 생태적 전망 안에서 더 완전한 차원을 가진다.

이러한 사회적 생태학의 전망은 우리에게 더 폭넓은 해방 이해를 제공한다. 해방되어야 할 인간은 단지 정치, 경제적 차원의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만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을 종살이하게 만드는 일체의 것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그것은 다양한 생태적 차원의 억압과 착취를 포함한다.

따라서 더 폭넓게 이해된 해방 실천은 인간의 삶을 다른 창조 세계와의 공존과 연대로 초대한다. 인간이 다른 인간과의 관계 안에서 그리고 다른 창조 세계와의 관계 안에서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 바로 해방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에서 출발한 우리의 해방 실천이 가지는 더 풍요로운 차원을 만나게 된다.

이와 같이 사회 정의와 생태 정의는 서로 연결된다. 그리고 해방 실천과 생태적 담론은 서로 필요로 하며 상호 보완적이다.

해방 실천이 정치, 경제, 사회적 차원뿐 아니라 생태적 전망을 보일 때 비로소 총체적인 해방을 말할 수 있다. 이 해방의 생태학 안에서 가난한 이의 외침과 지구의 외침은 그리스도교적 응답을 발견할 것이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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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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