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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12) 예수님과 희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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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복음 4장 16~30절의 본문은 예수님이 나자렛 회당에서 희년을 선포하신 이야기이다.

“예수께서는 당신이 자라신 나자렛으로 가시어, 안식일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성경을 봉독하시려고 일어서시자, 이사야 예언자의 두루마리가 그분께 건네졌다. 그분께서는 두루마리를 펴시고 이러한 말씀이 기록된 부분을 찾으셨다”(루카 4,16-17). 이사야서 본문을 읽으신 후 “예수님께서 두루마리를 말아 시중드는 이에게 돌려주시고 자리에 앉으시니, 회당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이 예수님을 주시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기 시작하셨다”(루카 4,20-21).

이 장면은 예수님 시대, 곧 기원후 1세기 유다인들의 회당에서 행하여진 안식일 예식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예수님은 먼저 성경 본문을 히브리어로 읽으시고 곧이어 아람어로 번역해가며 가르치셨을 것이다.

사실 제2 성전시대 팔레스티나의 유다인들에게 있어서 아람어는 일상적인 구어(口語)였기 때문에 유다인들의 회당 예식에서는 히브리어 성경이 아람어로 번역되고 해석됐던 것이다. 이 나자렛 회당에서 예수님이 읽으신 이사야서(61,1-2, 58,6)의 본문은 다음과 같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

이 본문을 통하여 예수님은 주님의 은혜로운 해, 곧 희년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시며 당신의 정체성과 사명에 대해 말씀하신다. 이 이사야서의 본문은 레위기 25장 8~22절의 희년에 관한 규정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하느님의 은혜는 희년법에서 잘 드러난다. 그래서 예수님은 모든 종이 자유로워지고, 빚이 탕감되며, 눈먼 이가 다시 보고, 감옥에 갇힌 이가 석방되는 희년을 선포하시면서 메시아로서 당신의 일을 분명하게 제시하신다.

예수님의 희년 선포는 하느님을 신뢰하고 가진 것을 공정하게 나누며, ‘가난’ ‘배고픔’ ‘억압’ ‘탐욕과 폭력’에 대항해서 일하도록 초대한다.

즉 예수님은 희년이 요구하는 바를 실제로 실천하도록 부르신다. 따라서 희년의 실천은 예수님을 뒤따르는 그리스도인의 과제이다.

이와 같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하고 그들을 치유하며 자유롭게 하는 것은 예수님의 사명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포괄적으로 가리킨다. 이러한 맥락에서 특히 루카복음서에는 물질적으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관심이 잘 드러난다(루카 6,20, 7,22, 14,13.21, 16,19-20, 22-23 18,22, 19,8, 21,3).

그러나 루카는 가난하고 배고프며 슬퍼하는 것을 그리스도인 실존의 이상적인 상태(사도 2,43-47, 4,4)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즉 루카는 가난을 이상화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의 반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루카 1,48.52-53, 16,25).

사실 초대 그리스도인의 생활 방식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대함’(generosity)으로 특징 지워진다. 그래서 초대교회의 친교 안에서는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사도 4,34).

그리고 루카복음 4장 18~19절은 신약성경에서 생태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본문 중의 하나이다. 사회 정의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생태 정의를 포함한다. 왜냐하면, 희년의 가르침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위한 해방과 치유는 창조 세계에 대한 돌봄에 상응한다. 여기에 예수님의 희년 선포가 가지는 우주적 정의의 차원이 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예수님의 기쁜 소식은 땅과 모든 나머지 창조 세계를 위한 기쁜 소식이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물질적인 부를 나누기를 거부하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대함을 거절하는 이들에게는 예수님의 희년 선포가 나쁜 소식이 될 것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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