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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13) 하늘의 새와 들에 핀 나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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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새들을 눈여겨보아라. 들에 핀 나리꽃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보아라.”(마태 6,26.28)

예수님은 창조 세계의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초대하신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은 피상적인 시선이 아닌 주의 깊은 관찰로 발견된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연에 대한 집중과 깊은 명상으로 우리를 초대하신다. 그분은 우리가 명상적이기를 원하신다. 왜냐하면, 창조 세계는 삶에 있어 무엇이 본질적인지를 우리에게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사실 예수님 자신이 명상적인 분이셨다. 분주한 활동 중에도 예수님은 혼자만의 시간을 마련하셨다. 산 위에서나 군중에게서 멀리 떨어진 외딴 곳에서 그분은 하느님과 함께 머무는 고요한 고독의 시간을 가지셨다. 이 공간과 시간 안에서 예수님은 당신 삶의 중심을 하느님의 현존 안에 두셨고, 당신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깊이 명상하셨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창조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은 삶에 있어 본질적인 것을 예수님에게 가르쳐주었다.

하늘의 새와 들에 핀 나리꽃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창조 세계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제시한다. 즉 창조물에 대한 하느님의 돌봄을 볼 수 있도록 우리의 눈을 열어준다.

하늘의 새를 먹이시고 들에 핀 나리꽃을 입히시는 하느님은 우리 인간을 더더욱 돌보신다. 자연 세계에 대한 명상을 통해 우리는 돌보미이신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에 대한 신뢰를 배운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본질적인 것을 제공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온갖 걱정과 노력에도 인간이 자신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 인간의 수명은 전적으로 하느님께 달려있기 때문이다.

자연에 대한 평화로운 명상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근심과 안달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된다. 먹고 마시고 차려입는 것에 대한 일상적인 걱정에서 벗어나서 우리는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지혜와 내적 평화로 가득 채워진다. 일상생활의 걱정과 안달로부터의 자유는 우리의 삶이 가장 본질적인 과제에 헌신하도록 한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3) 이와 같이 창조 세계에 대한 명상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과 정의의 나라에 집중하기를 배운다. 우리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혜는 하느님의 나라와 그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정의 추구와 비폭력적인 하느님 나라에 투신하도록 초대하신다. 정의와 평화와 함께, 지금 여기에 현존하는 하느님 나라를 위한 투신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어떤 것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마태 6,34)

이것은 엄청난 해방의 메시지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주시는 하느님에 대한 전적인 신뢰에서 오는 해방이다.

이와 같이 창조 세계에 대한 명상은 정의와 평화의 하느님 나라를 위한 비폭력적 행동으로 연결된다. 명상은 이 땅에서, 지금 여기에서, 특별히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위해 하느님의 나라와 그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복음적 가치라는 사실에 집중하게 한다. 그리고 명상은 우리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정의와 평화를 위한 행동 안에서 명상적이어야 한다. 역사적 예수님 자신이 명상하는 활동가, 행동하는 명상가이셨듯이 그리스도인도 그러한 사명을 지닌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을 요약하는 것이다.

하늘의 새와 들에 핀 나리꽃은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쳐준다. 우리는 창조 세계에서 우리의 삶에 있어 무엇이 본질적인지를 배운다. 창조물의 아름다움에 대한 명상은 우리가 지구에 행하였던 부주의한 폭력을 자각하게 하고 지구를 파괴한 일을 멈추게 한다. 그래서 창조 세계를 보호하고 치유하는 행동에 나서게 한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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