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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14) 나자렛의 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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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당신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을 나자렛에서 보내셨고 공적인 활동을 그곳에서 시작하셨다.

마태오와 루카복음서에 따르면 예수님이 태어나신 곳은 베들레헴이지만, 당신 생애 대부분 시간을 보낸 곳은 갈릴래아의 나자렛이다. 그래서 역사의 예수님은 베들레헴의 예수가 아니라 나자렛의 예수, ‘나자렛 출신’(마태 21,11 요한 1,45 사도 10,38) 혹은 ‘나자렛 사람’(마르 1,24 10,47 14,67 16,6 요한 18,5.7 19,19 사도 2,22)이라고 불리신다.

나자렛은 사방이 산들로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 잡은 산 위의 고을(루카 4,29)이다. 사실 구약성경이나 고대 유다 문헌에서 나자렛이라는 지명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요한복음 1장 46절에서 사람들로부터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라고 말해질 만큼 그 이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던 조그마한 촌락이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유명해졌다.

루카복음 1장 26~38절에 따르면, 나자렛에 살고 있던 동정녀 마리아에게 예수님의 탄생이 예고된다.

“여섯째 달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루카 1,26-27).

마태오복음서에 따르면 요셉과 마리아는 원래 나자렛에서 살았는데, 아우구스투스의 칙령에 따라 호적을 등록하기 위해 다윗의 고을 베들레헴에 갔다가 거기서 아기 예수님을 낳았으며(마태 2,1-12 루카 2,1-20), 이집트 피신 후(마태 2,13-15) 다시 나자렛으로 돌아가 그분을 키웠다(마태 2,23 루카 2,39-40.51-52). 나자렛에서 예수님은 하느님과 사람들 앞에서 성장하였다. “예수님은 지혜와 키가 자랐고 하느님과 사람들의 총애도 더하여 갔다.”(루카 2,52)

오늘날 나자렛에는 주님탄생예고기념성당이 있다. 이것은 1960년부터 이전의 기념 성당들 터 위에 다시 건설되어 1969년에 완공되었는데 2층 구조로 된 큰 규모의 성당이다. 이 성당 아래층 중앙에는 제대가 있는데, 여기에서 반 지하 형태의 계단을 내려가면 동정녀 마리아의 집터로 여겨지는 주님탄생예고동굴이 있다. 이 동굴 안에 있는 제대에는 라틴어로 “VERBUM CARO HIC FACTUM EST”(말씀이 이곳에서 사람이 되셨다.)라고 쓰여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단어는 바로 HIC, 즉 ‘이곳에서’이다. 우리의 관심은 나자렛이라는 환경이 예수님의 성장과 형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들 중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사실 자연환경은 사람의 삶과 그 지역의 정치, 경제, 역사, 문화, 사상, 종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역사의 예수님을 이해하는데도 그분이 사셨던 환경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자렛은 시골이었고 예수님은 시골 사람이셨다. 예수님은 나자렛의 자연 세계 안에서 성장하셨다. 그분은 태양, 비, 바람, 나무, 그늘, 철새, 참새, 무화과나무, 포도 나무, 올리브 나무, 집짐승, 들짐승 등을 통해 나자렛의 비옥한 땅과 생물 다양성을 관찰하고 경험하셨다. 이 창조 세계의 체험을 통해 예수님은 생태학적 지혜를 키우셨다.

그래서 그분은 하느님과 인간을 새롭게 만나고, 피조물의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것을 배우셨다. 그분의 생태학적 관점과 표현 방식은 특히 하느님의 나라를 위한 그분의 비유 말씀에서 탁월하게 드러난다. 갈릴래아의 민중에게 그들의 언어로 말씀하시고 소통하신 예수님의 지혜는 이러한 생태학적 체험에 기초한다.

예수님은 당시 역사의 구체적인 현장 안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불의를 관찰하고 경험하셨다. 이러한 체험은 그분을 사회 정의를 위해 투신하는 사회적 예언자의 삶을 살게 하였다. 그리고 그분의 생태학적 체험은 생태 정의를 위한 전망의 밑거름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이 나자렛의 예수님에게서 ‘구원의 역사’(salvation history)뿐 아니라 ‘구원의 생태학’(salvation ecology)을 발견한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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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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