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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15)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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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주제를 다시 발견하게 된 것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태동한 해방실천과 해방신학의 공헌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민중의 현장에서 가난한 이들의 해방을 위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차원의 구체적인 행동 안에서 신앙의 의미를 다시 이해하게 되었고, 가난한 이들의 상황에서 출발하여 성경을 다시 읽게 되었다. 이러한 실천은 점차 가난한 이들을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그 중심에 자리매김하는 신학적 반성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신학적 작업은 다시 가난한 이들의 교회를 건설하고 억압적인 사회 구조의 변화를 위한 행동으로 방향지워지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의 맥락에서 새로운 신학적 반성의 주제가 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적 가치에 자신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 왜냐하면, 이 선택은 그리스도 안에서 가난하여지신 하느님에 대한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초대교회 이래 모든 전승이 증언하는 바이다.

일부의 오해처럼 이 우선적 선택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현세적’, ‘사회적’, ‘정치적’인 해방의 전망으로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음적 가치의 본질적인 내용에 해당한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이 우선적 선택에로 초대되었다. 즉 이 우선적 선택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임의적인 선택 사항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소명에 해당한다. 그래서 마침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은 우리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 혹은 사회 교리 안에 굳건히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여기서 우선적 선택은 배타성이나 당파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선택이 우선적인 것은 가난하지 않은 이들에 대한 거부나 무관심을 가리키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정의와 사랑에 대한 관심과 실천에서 가난한 이들이 첫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 우선적 선택은 분리될 수 없는 정의와 사랑의 표현이다. 그것은 개인이나 사회적 차원에서 그리스도인의 사랑의 실천인데, 사랑은 정의의 망각이 결코 아니고 정의의 추구는 오히려 사랑에 그 뿌리를 둔다.

그런데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된다. 왜냐하면, 가난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더 복잡하고 새로운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이들은 무력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 온갖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 압제 받는 사람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 노인, 병자, 젊은이들,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로 여겨지고 취급받는 모든 사람들을 가리킨다. 즉 식량, 주거, 보건, 교육, 고용, 기본적 자유에 비인간적인 조건으로 말미암아 고통받는 이들이다. 이것은 개인의 존엄성에 타격을 주는 물질적, 사회적, 문화적 자산의 심각한 결핍과 관련된다. 그래서 차별과 폭력의 희생자, 여성, 어린이, 땅 없고 피난처 없는 이, 이주자, 망명자, 소수 민족 등이 모두 이 가난한 이들에 해당한다.

이러한 가난한 이들에 대한 다양한 이해는 그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의 폭넓고 풍부한 방식을 가능케 한다. 이 선택은 단순히 잉여의 재화를 가난한 이들에게 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우선적 선택은 가난을 생산하는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구조를 바꾸는 일을 포함한다. 즉 일상생활 방식의 변화뿐 아니라 생산과 소비의 모델, 그리고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 구조의 변화를 의미한다. 여기에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 가지는 정치적 차원이 있다. 그리고 이 우선적 선택은 생태학적 차원을 가진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투쟁은 지구의 생태 위기에 대한 관심과 분리될 수 없다. 가난한 이들의 외침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응답은 생태학적 전망과 연결된다.

이와 같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심 그 자체이다. 결국, 이 우선적 선택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진정성이 드러나고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이 실현된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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