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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23) 살림의 식탁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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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에토스가 잘 표현되는 자리 중의 하나는 ‘되찾은 아들의 비유’이다. 아버지 재산 중에 자신의 몫을 챙겨 집을 떠난 작은아들. 그러나 그는 재산을 허비하여 곤궁에 허덕이다가 다시 아버지에게로 되돌아온다. 그가 아직도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아버지는 그를 보고서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루카 15,20).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루카 10,19)라고 말하며 아버지의 품팔이꾼 가운데 하나로 삼아 주기를 원하는 작은아들을 아버지는 따뜻하게 맞이하여 그를 다시 아들로 받아들이고 잔치를 벌인다. 아버지는 작은아들을 분리하고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였다.” 자신을 떠났던 작은아들, 다시 돌아와 종이 되려는 그를 아버지는 다시 아들로 받아들임으로써 아버지와 아들의 올바른 관계를 다시 회복시키고 공동체를 다시 형성한다. 이 비유에서 그 아버지는 작은아들뿐 아니라 자신과 큰아들의 공동체, 그리고 이 두 형제의 공동체도 회복시킨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 비유를 말씀하시게 된 배경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루카복음 15장의 세 비유는 예수님이 세리들과 죄인들과 함께 있는 상황을 그 배경으로 한다. 그 상황에서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은 예수님의 ‘식탁 친교’ 혹은 ‘식탁 공동체’를 비판한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연속적으로 ‘되찾은 양의 비유’ ‘되찾은 은전의 비유’ ‘되찾은 아들의 비유’를 들려주신다.

첫 번째 비유(루카 15,3-7)에서 양 백 마리를 가진 사람이 한 마리를 잃은 후, 그 잃은 양을 찾고는 기뻐한다. 두 번째 비유(루카 15,8-10)에서는 은전 열 닢 중 한 닢을 잃은 부인이 그것을 찾고서 기뻐한다. 세 번째 비유인 우리 본문에서는 두 아들을 가진 아버지가 등장한다. 이와 같이 이 세 비유는 모두 잃은 것을 되찾는 것에 관한 것이다.

각각의 경우, 양 백 마리, 은전 열 닢 그리고 두 아들은 하나의 공동체를 가리킨다. 그것은 온전한 형태의 공동체이다. 그런데 양 한 마리, 은전 한 닢, 한 아들을 잃었다는 것은 공동체의 와해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다는 것은 공동체의 회복, 즉 올바른 관계의 회복을 가리킨다. 예수님은 세리와 죄인들과의 식탁 공동체로 대변되는 공동체 회복 운동의 에토스를 제시하시기 위해 이 비유들을 말씀하신 것이다.

역사의 예수님이 시작하신 새로운 대안적 공동체 운동은 올바른 관계의 회복 운동이었다. 예수님은 하느님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가로막는 일체의 경계들을 무효화시키는 일을 시작하셨다. 역사적 예수님의 일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다. 즉 그분의 일은 살림이었다. 예수님의 살림은 식탁 공동체에서 잘 드러난다.

예수님은 함께 먹고 마심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셨다. 예수님의 식탁 공동체는 닫힌 공동체가 아니라 열린 공동체였다. 제자들뿐 아니라 유다인들의 사회에서 변두리로 내몰렸던 사람들도 예수님의 이 식탁 공동체에 함께 초대되었다.

당시 유다이즘 안에서 세리와 죄인들은 부정한 사람들이어서 그들과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도 부정한 일로 취급되었다. 그런데 복음서에서는 세리와 죄인들에 대한 관심이 강하게 부각된다. 루카복음 5장27-32절에서 예수님은 세리 레위를 당신 제자로 부르시고, 세리들과 함께 식사하신다. 그리고 7장34절에서 예수님은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라고 불린다.

예수님은 관계를 단절시키고 왜곡하는 일체의 경계들을 허물어 버리셨다. 예수님의 식탁 공동체는 사람답게 살 수 없었던 사람들을 사람답게 살게 한 자리, 곧 살림의 자리였다. 이 식탁 공동체에서 예수님은 사람들을 살리고 또 살게 하였다. 예수님은 마침내 당신 자신을 사람들이 먹고 마시게 내어 놓음으로써 사람을 살리고 또 살게 하는 일을 계속하신다. 그래서 예수님의 열린 식탁 공동체를 기억하고 거행하는 교회 공동체의 성찬례는 구원을 거행하고 구원을 이루는 살림의 자리가 되는 것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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