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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25) 해방으로서의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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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구원의 의미를 표현하는 다양한 프레임들이 있다. 이들 중의 하나가 바로 ‘종살이로부터의 해방’이다.

해방으로서의 구원 프레임은 기원전 13세기의 이집트 탈출 이야기와 관련된다. 이스라엘 백성은 당시 그들 세계의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주인이었던 이집트 파라오 치하에서 노예로 살았다. 하느님은 모세를 지도자로 내세워 이스라엘을 종살이에서 해방시키셨다. 이집트 탈출은 시나이 산에서의 계약, 광야에서의 생활, 그리고 약속의 땅에 들어가는 것으로 연결된다.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이집트 탈출은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 해방 체험을 통하여 이스라엘은 하느님을 이해하고 그분과 함께 사는 삶의 기초를 놓게 되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매년 파스카 축제를 통하여 이집트 탈출 사건을 기억하고 거행하였다.

이집트 종살이로부터의 해방은 이스라엘에 원초적인 구원 체험이었다. 탈출기는 이 구원을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그날 주님께서는 이렇게 이스라엘을 이집트인들의 손에서 구해 주셨고, 이스라엘은 바닷가에 죽어 있는 이집트인들을 보게 되었다.”(탈출 14,30) “주님은 나의 힘, 나의 굳셈. 나에게 구원이 되어 주셨다. 이분은 나의 하느님, 나 그분을 찬미하리라. 내 아버지의 하느님, 나 그분을 높이 기리리라.”(탈출 15,2)

그리고 이집트 탈출을 기억하며 성경은 하느님을 구원자로 표현한다. “나는 이집트 땅에서부터 주 너의 하느님이다. 너는 나 말고 다른 신을 알아서는 안 된다. 나밖에 다른 구원자는 없다.”(호세 13,4) “그들은 하느님을 잊었다, 자기들을 구하신 분을, 이집트에서 위대한 일들을 하신 분을”(시편 106,21)

해방으로서의 구원 프레임은 다음 세 가지 측면을 가진다. 첫째, 경제적 종살이로부터의 해방이다.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았던 이스라엘은 착취당하고 가난하였으며 턱없이 부족한 배급을 받고도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둘째, 정치적 종살이로부터의 해방이다. 이집트에서 이스라엘은 아무런 힘도 목소리도 가질 수 없었으며 체제에 대하여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셋째, 종교적 종살이로부터의 해방이다. 이집트의 파라오는 이스라엘에 하느님을 경배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전혀 다른 종류의 세상에 대한 열정을 가진 분이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이집트의 종교는 현실을 정당화하였다. 이와 같이 종살이로부터의 해방은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측면을 가진다.

다양한 형태의 종살이로부터의 해방은 그 이후 고대 이스라엘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스라엘은 이집트로부터 구원되었기 때문에, 이스라엘 안에 이집트가 다시 만들어져서는 안 되었다.

율법의 여러 규정이 이 정신을 반영한다. 빌려준 돈의 이자를 받아서는 안 될 것이었다. 안식년에는 모든 빚이 탕감되고, 빚 때문에 노예가 된 이는 해방되었다. 희년에는 농지의 소유권이 배상 없이 본래의 가족에게 되돌아갔다. 이러한 율법의 의도는 가난한 최하층이 지속적으로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집트 탈출 이후 약 1세기 동안에는 이스라엘에서 임금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집트에서 이스라엘이 경험한 억압과 착취는 왕권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기원전 1000년경에 왕정이 시작될 때에도 임금이 새로운 파라오가 될 것이라고 반대한 의견이 있었다. 이스라엘에는 그들을 이집트에서 해방시킨 분 이외에는 다른 임금도 주인도 없었다. 사실 왕정시대에는 여러 예언자들이 이집트 탈출 사건과 그 구원적 의미에 기초하여, 임금들을 비판하였다. 왜냐하면, 임금들은 이스라엘 안에 이집트를 다시 만드는데 책임이 있는 새로운 파라오들이었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종살이로부터의 탈출은 억압의 정치, 착취의 경제, 현실을 정당화하는 종교적 종살이로부터의 해방이다. 이 해방이 바로 성경이 표현하는 대표적인 구원의 프레임이다.

따라서 구원은 개인적, 심리적, 영성적인 측면뿐 아니라 공동체적인 측면, 곧 정치적 차원을 가진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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