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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29) 다시 읽는 풍랑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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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킨네렛 호수, 티베리아스 호수, 겐네사렛 호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갈릴래아 호수는 팔레스티나의 북쪽에 위치한 담수호로서 자연경관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헤르몬 산에서 발원한 요르단 강과 다른 지류들이 흘러들어 오는 갈릴래아 호수의 수면은 통상 잔잔하나 갑작스러운 돌풍으로 엄청난 파도가 일어나기도 한다.

갈리래아 호수의 이 갑작스런 풍랑은 마르코 복음서 4장 35-41절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 이 본문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호수 저쪽으로 건너가자” 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시작한다(35절). 여기서 호수 저쪽은 이방인들의 지역인 데카폴리스 지방을 가리킨다(참조 마르 5,20).

예수님은 군중을 남겨 둔 채 제자들과 함께 같은 배를 타시고 호수를 건너가신다. 그런데 호수에서 거센 돌풍이 일어 물이 배 안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37절).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서 제자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그들은 이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호수 저쪽으로 건너가자”라고 말씀하셔서 제자들을 이러한 위급한 순간에 처하게 하신 예수님은 고물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결국 제자들은 예수님을 깨워 도움을 청한다(38절). 마침내 예수님은 깨어나시어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에 명령하신다.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39절) 그러자 바람과 호수는 예수님에게 복종한다. 그분은 당신 말씀으로 호수의 풍랑을 가라앉히시는 능력과 권위를 가지고 계신다. 이 본문은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라는 제자들의 질문으로 끝난다. 이것은 예수님의 정체에 대한 질문이다.

예수님이 풍랑을 가라앉히신 이야기는 실제로 갈릴래아 호수에서 자주 발생하는 자연 현상을 묘사한다. 기원후 1세기 당시의 사람들은 자연의 힘에 의한 위험을 잘 알고 있었다. 동시에 이 이야기에 발견되는 신화적 연상은 실제 상황에 대한 종교적 혹은 신학적 의미를 서술한다.

마르코 복음사가가 예수님이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더러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고 하신 것으로 표현한 것은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이 혼돈의 물을 복종시키는 전형적인 방식을 회상케 한다. ‘꾸짖다’는 시편 104편 7절에서처럼 하느님의 힘 있는 명령을 표현한다. “당신의 꾸짖으심에 물이 도망치고 당신의 천둥소리에 놀라 달아났습니다.”

이것은 이사야서 17장 13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큰 물이 포효하듯 겨레들이 함성을 지른다. 그러나 그분께서 그들을 꾸짖으시자 그들은 멀리 도망친다. 산 위에서 바람에 날리는 겨처럼, 폭풍 앞의 방랑초처럼 그들은 쫓겨난다.” 풍랑을 가라앉히는 것과 관련된 표현은 욥기 26장 12절 “당신 힘으로 바다를 놀라게 하시고 당신 통찰로 라합을 쳐부수셨네.”와 시편 89장 10절 “당신께서는 오만한 바다를 다스리시고 파도가 솟구칠 때 그것을 잠잠케 하십니다.”에서 발견된다.

엄청난 바다의 풍랑처럼 파괴적인 자연의 힘인 혼돈의 물은 생명을 위협하는데 이것은 하느님에 의해서만 통제된다. 하느님은 혼돈의 물을 가라앉히고 제한하기 때문에 세상은 살아있는 피조물을 위한 안전한 환경이 된다.

이와 같이 언제든 창조 세계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혼돈의 물은 창조주에 의해 끊임없이 통제되어야 한다.

혼돈에 대하여 창조주 하느님이 꾸짖으시는 것처럼 예수님은 갈릴래아 호수의 풍랑을 꾸짖으신 것이다. 예수님은 혼돈에 거슬러 창조 세계의 평화를 안전하게 하신다. 그래서 이것을 본 제자들이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라고 묻게 된 것이다.

갈릴래아 호수의 풍랑을 가라앉히신 예수님의 행동은 하느님이 자연 세계로부터 혼돈을 최종적으로 없애시고 창조 세계의 조화를 이루실 것을 예시한다. 요한 묵시록 21장 1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또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첫 번째 하늘과 첫 번째 땅은 사라지고 바다도 더 이상 없었습니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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