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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31) 하느님의 나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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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시작하신 하느님 나라 운동은 로마 제국과 제2 성전 유다이즘이라는 기존의 질서와 가치에 대한 도전인 동시에 새로운 질서와 가치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이었다. 즉 역사적 예수님의 가르침과 활동은 하느님의 나라라는 주제에 최우선적으로 집중되었다. 그런데 복음서를 피상적으로 읽는 오늘의 독자는 하느님의 나라가 단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창조 세계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라는 인상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오해는 다음의 두 가지 명백한 사실을 소홀히 한 결과이다.

첫째, 복음서의 예수님은 구약성경의 풍부한 창조 신학을 전제하신다. 구약의 하느님은 만물을 창조하셨을 뿐 아니라 모든 피조물을 관대하고도 다정다감하게 돌보시는 분이시다(욥 12,10 38,41 시편 36,6 104,29-30 145,9). 하느님은 인간만의 창조주가 아니시다. 예수님의 하느님은 하늘의 새를 먹이시고 들에 핀 나리꽃을 입히신다(마태 6,26.28-30 병행).

그래서 복음서의 예수님은 인간을 다른 피조물과의 관계에서 분리시키지 않으신다. 시골 사람 예수님의 창조 세계에 대한 비전은 특히 그분의 비유 말씀에서 잘 드러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느님의 나라는 창조를 없애지도, 그것을 대신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하느님의 나라는 ‘창조를 다시 새롭게 하기’(renewal of creation)이다.

둘째, 예수님은 하느님의 나라라는 용어를 별다른 설명 없이 사용하신다. 예수님의 이 용어 사용은 구약성경에서 그 배경을 가진다. 그리고 이 용어를 듣는 청중들도 그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이사야서 52장 7절은 하느님의 나라, 곧 하느님의 왕권과 통치가 의미하는 바를 잘 표현한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 위에 서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의 저 발! 평화를 선포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며 구원을 선포하는구나. ‘너의 하느님은 임금님이시다.’ 하고 시온에게 말하는구나.” 이 성경 구절은 기쁜 소식, 곧 복음의 의미도 잘 드러낸다.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의 왕권과 통치의 의미가 가장 잘 두드러지는 책은 시편이다. 이 시편의 용법은 예수님과 그분의 청중에게 매우 친숙했을 것이다. 우선 시편에서 하느님의 왕권은 창조 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주님께서는 하늘에 당신 어좌를 든든히 세우시고 그분의 왕권은 만물을 다스리신다… 주님을 찬미하여라, 주님의 모든 조물들아, 그분 왕국의 모든 곳에서.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시편 103,19.22)

하느님의 통치는 인간뿐 아니라 다른 피조물, 곧 그분이 만드신 모든 것과 관련된다. “주님은 위대하신 하느님 모든 신들 위에 위대하신 하느님. 땅 깊은 곳들도 그분 손안에 있고 신봉우리들도 그분 것이네. 바다도 그분 것, 몸소 만드시었네. 마른 땅도 그분 손수 빚으시었네.”(시편 95,3-5) 그리고 하느님의 통치는 모든 피조물을 돌보는 책임 안에서 표현된다. “당신의 나라는 영원무궁한 나라 당신의 통치는 모든 세대에 미칩니다. 주님께서는 그 모든 말씀에 참되시고 당신의 모든 조물에게 성실하시다.” 주님께서는 넘어지는 이 누구나 붙드시고 꺾인 이 누구나 일으켜 세우신다. 모든 눈이 당신께 바라고 당신께서는 그들에게 먹을 것을 제때에 주십니다. 당신의 손을 벌리시어 모든 생물을 호의로 배불리십니다.“(시편 145,13-16) 만물이 하느님의 통치를 노래하고(시편 148) 모든 민족들이 그러할 것이다. “주님은 임금이시다. 땅은 즐거워하고 수많은 섬들도 기뻐하여라.”(시편 97,1)

이와 같이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는 구약성경의 창조 신학과 하느님의 왕권, 통치에 대한 풍요로운 신학적 반성에 그 뿌리를 둔다. 따라서 하느님의 나라는 창조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를 다시 새롭게 하기’이다. 그리고 하느님의 나라는 단지 인간 사회(human society)에 제한되지 않고 모든 창조 세계를 아우른다. 곧 하느님의 왕권과 통치는 그 범위에서 우주적(cosmic)이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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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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