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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32) 하느님의 나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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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느님의 나라는 구약성경 특히 시편이 노래하는 하느님의 오심과 관련된다.

“주님 앞에서 환호하여라. 그분께서 오신다. 세상을 다스리러 그분께서 오신다. 그분께서 누리를 의롭게, 민족들을 성실하게 다스리시리라.”(시편 96,13)

하느님은 세상을 심판하러 오신다. 하느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의 역할은 모든 민족들에 그분의 왕권을 선포하는 것이다. “주님, 당신의 모든 조물이 당신을 찬송하고 당신께 충실한 이들이 당신을 찬미합니다. 당신 나라의 영광을 말하고 당신의 권능을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에게 당신의 위업과 당신 나라의 존귀한 영광을 알리기 위하여.”(시편 145,10-12)

하느님이 오실 때 모든 창조 세계가 기뻐할 것이다. “하늘은 기뻐하고 땅은 즐거워하며 바다와 그 안에 가득 찬 것들은 소리쳐라. 들과 거기 있는 것들도 모두 기뻐 뛰고 숲의 나무들도 모두 환호하여라.”(시편 96,11-12)

하늘에서 다스리시는 하느님은 땅 위에 그분의 통치를 이루시려 오신다. “주님께서는 하늘에 당신 어좌를 든든히 세우시고 그분의 왕권은 만물을 다스리신다.”(시편 103,19) “주님께서는 당신의 거룩한 궁전에 계시고 주님의 옥좌는 하늘에 있어 그분 눈은 살피시고 그분 눈동자는 사람들을 가려내신다.”(시편 11,4)

이와 같이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오심에 대한 구약성경의 기대라는 맥락 안에 위치한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설명하실 뿐 아니라 자신의 활동 안에서 그것을 입증하신다.

곧 여러 치유 기적, 구마 기적, 자연 기적뿐 아니라 성전에서의 행동, 죄인들과의 식탁 공동체, 어린이들에 대한 축복, 제자들의 발을 씻김,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 등은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리고 이 모든 행동들은 예수님이 하느님의 통치를 어떻게 이해했는가를 정의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그것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선다. 예수님의 활동 안에서 하느님의 나라는 실제로 도래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선취하는 방식으로 작은 규모의 사례 안에서였다. 즉 예수님의 활동은 미래에 우주적 차원에서 도래할 하느님 나라를 작은 규모에서 ‘선취’(先取)하는 것이다. 이것은 예수님의 비유 말씀이 청중의 일상적인 세계 안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에 의해 하느님의 나라를 표현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예수님의 활동에서 주목할 것은 창조 세계 안에서 도래하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전체적인 비전(holistic vision)이다. 예수님은 당신이 치유하시고 해방시키시는 사람들의 삶을 전인적(全人的) 차원에서 온전하게 만드신다. 곧 예수님은 그들과 하느님과의 관계를 화해시키시고, 삶에서 악의 세력을 내쫓아 병든 몸을 치유 하시며, 불구를 고치시고 불행으로 말미암아 고립된 사회적 관계를 회복시키신다.

따라서 예수님은 그들과 하느님과의 관계를 육체적이고 사회적인 실존과 분리시키지 않으신다. 몸을 가진 인간은 물질적인 창조 세계의 분리할 수 없는 한 부분으로서 다른 피조물과 연결되어 있다. 예수님은 이 관계 안에서 인간을 순수한 영적인 존재로 고립시키지 않으신다. 예수님은 인간을 피조물과의 관계 안에서 전인적으로 치유하시고 완전하게 하신다. 비록 대부분의 예수님 활동이 인간과 인간 사회가 하느님과 가지는 관계에 초점을 둘지라도, 예수님과 복음사가들은 모든 피조물에 대한 하느님의 충만한 통치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는 다시 새롭게 된 창조 세계 안에서의 변형을 선취한다. 하느님 나라를 위한 예수님의 활동은 그분 안에서 모든 피조물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들이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느님의 나라를 ‘창조를 다시 새롭게 하기’라고 말할 때, 그것은 모든 피조물의 상호관련성과 상호의존성 안에서 ‘생태학적으로 다시 새롭게 하기’를 의미한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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