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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33) 다시 읽는 주님의 기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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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기도’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기도이다. 그런데 이 익숙함(familiarity)은 ‘주님의 기도’를 매일 외워서 반복하는 우리가 새로운 의미를 거듭 발견하는데 큰 방해물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주님의 기도’. 그저 그렇고 그런 뻔한 내용을 말한다고 여겨지는 것에서 새로운 의미의 세계를 만나기 위해서는 타성과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읽기의 태도가 요구된다. 그것은 바로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이다.

이 ‘낯설게 하기’는 습관적이고 일상적인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주님의 기도’를 읽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본문은 우리에게 놀라운 의미의 세계를 새롭게 열어 보일 것이다.

‘주님의 기도’(마태 6,9-13)는 마태오 복음서 5-7장의 산상설교 중에서 한가운데에 위치한다. 한중앙에서 전체 산상설교의 핵심 내용을 잘 정리하고 요약하고 있는 것이 ‘주님의 기도’이다.

‘주님의 기도’를 가르치시기 직전에 예수님은 기도하는 사람의 기본 태도에 대하여 말씀하신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 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을 닮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마태 6,7-8) 곧 ‘주님의 기도’를 빈말로 되풀이하지는 말아야 한다.

예수님은 ‘주님의 기도’에서 그리스도인들에게 기도의 구체적인 방식뿐 아니라 이 땅 위에서의 당신의 사명에 대하여 가르치신다. 그래서 ‘주님의 기도’에서 우리는 예수님이 의도하신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를 거듭 새롭게 발견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님의 기도’는 오늘의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의 방식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나머지 창조 세계와의 관계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예수님은 하느님을 아버지, 곧 아람어로 아빠(Abba)라 부르신다. 자녀가 아버지를 부르거나 제자가 스승을 부르는 이 호칭은 매우 가족적이고 친근하며 가까운 관계를 표현한다.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가 인간 공동체 안에서 또 나머지 창조 세계와 함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하느님은 모든 이, 모든 것의 아버지이시다. 즉 모든 피조물의 창조주이시다. 그래서 하느님은 자녀들을 위해 다정다감하고 자비로우신 아버지이시다.

“아버지가 자식들을 가엾이 여기듯 주님께서는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을 가엾이 여기시니 우리의 됨됨이를 아시고 우리가 티끌임을 기억하시기 때문이다.”(시편 103,13-14) 특별히 하느님은 ‘고아들의 아버지, 과부들의 보호자’(시편 68,6)이시다.

하느님을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는 모든 이는 한 아버지의 자녀들, 곧 형제자매들로서 한 가족을 이룬다. 그래서 하느님을 ‘우리 아버지’로 고백하면서 우리 자신이 피조물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존재들은 우리의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같은 아버지에 의해 형제자매로 창조된 동료이다.

우리는 이웃 다른 사람들과 창조 세계를 형제와 자매로 만나야 한다. 하느님은 나의 아버지만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아버지이시다. 이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차원뿐 아니라 생태학적인 측면에서 책임 있는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초대한다.

그런데 하느님은 하늘에 계신다. 하늘은 인간이 다다를 수 없는 저 너머의 세계, 곧 하느님의 영역이다. 하느님은 저 멀리 계시는 분이시다. 이것은 우리 인간은 하느님이 아니며 단지 땅 위의 존재로 창조된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와 같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이신 하느님은 가까이 계신 분인 동시에 저 멀리 계시는 분이시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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