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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48) 두 종류의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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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세계는 지리적인 측면에서 제한적이다. 성경의 지리적 지평은 지중해와 중근동의 고대 세계를 포함한다. 성경은 이 지리적 한계를 당시의 전체 세계로 상정한다. 그래서 성경은 이 범위 안에서 땅 끝을 말하고 그 안의 여러 민족들을 언급한다.

이러한 다양한 민족과 문화의 지리적 전망 안에서 성경은 두 종류의 서로 다른 세계화(globalization)에 대하여 말한다. 하나는 지배의 세계화(globalization of domination)이고, 다른 하나는 축복의 세계화(globalization of blessing)이다.

창세기 1-11장은 다양한 기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창세기 11장 1-9절의 바벨 탑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을 날리기 위해 일치하고 자신들을 하느님에 대한 대안으로 내세운다. “성읍을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자.”(4절)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들을 거기에서 온 땅으로 흩어 버리셨다. 그래서 그들은 그 성읍을 세우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리하여 그곳의 이름을 바벨이라 하였다. 주님께서 거기에서 온 땅의 말을 뒤섞어 놓으시고, 사람들을 온 땅으로 흩어 버리셨기 때문이다.”(8-9절)

바벨 탑의 경우처럼 교만한 신적 권력으로 세상의 민족들을 통일시키고 정치적으로 억압적이며 경제적으로 착취적인 초강대국들이 등장하였다. 강력한 군사력에 토대를 둔 이 질서가 바로 지배의 세계화이다. 이것은 하느님의 자리를 찬탈하는 욕망의 표현으로 결국 우상 숭배적 특성을 가진다. 이 지배의 세계화는 결코 공동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 대한 권력의 통치이다.

고대 이스라엘의 오랜 역사 안에서 이러한 지배의 세계화를 실현시킨 거대한 제국들은 이집트, 아시리아, 바빌론, 페르시아, 마케도니아, 로마 등이다. 이들 중 페르시아는 구약 성경에서 가장 관대한 제국으로 소개된다. 왜냐하면 페르시아는 당시 피지배 민족들에게 상대적으로 관용적이었기 때문이다.

구약 성경에는 순전히 경제적인 제국도 소개되는데 에제키엘서 26-28장의 티로가 이 경우이다. 이 도시는 국제 무역의 중개자로 부를 성장시켰다.

예수님과 신약 성경 시대에 로마 제국의 평화(Pax Romana)도 지배의 세계화를 가리킨다. 로마 제국은 세계를 통일시키고 그 세계를 위한 가치와 질서를 제공하였다. 그래서 로마 황제들은 ‘평화를 이루는 사람’(peacemaker)으로 자처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점령 하에 살았던 사람들이 경험한 삶은 다른 것이었다. 로마 제국이 주장하는 통치 질서의 실상은 결코 평화롭지도 평등하지도 않았다.

제국 안에서는 억압과 착취에 고통 받던 민중의 저항이 계속되었고 이를 탄압하는 폭력과 전쟁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로마 제국의 평화는 억압과 착취 그리고 군사력에 의한 침묵의 강요와 다름이 아니었다.

예수님 시대에 팔레스티나에서 벌어진 수많은 폭력사태는 로마 제국이 내세운 새로운 질서의 허상을 폭로한 것이었다. 이 지배의 세계화는 요한 묵시록의 대탕녀 바빌론에서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지배의 세계화에 대한 성경의 대안적 질서는 바로 축복의 세계화이다. 창세기에서 바벨 탑과 사람들이 온 땅으로 흩어진 이야기 이후 하느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신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너에게 축복하는 이들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를 내리겠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창세 12,1-3)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아브라함을 통하여 하느님의 축복을 받을 것이다.

이 축복의 세계화는 모든 창조 세계의 창조주이시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민족의 하느님이 되신 분을 아는 것이고, 마침내 공동선을 위하여 온 인류를 일치시킨다. 이것이 바로 성경이 제시하는 대안적인 세계화이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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