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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63) 안식일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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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로부터의 해방 사건에 뒤이은 탈출기 16장의 본문은 이스라엘이 다른 사회-경제적 공동체(different socioeconomic community)가 되기 위한 중요한 계시를 제공한다. “이스라엘 자손들의 온 공동체는 엘림을 떠나, 엘림과 시나이 사이에 있는 신 광야에 이르렀다. 그들이 이집트 땅에서 나온 뒤, 둘째 달 보름이 되는 날이었다.”(탈출 16,1) 본문은 모세와 아론에 대한 이스라엘 백성의 불평으로 시작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그들은 광야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 우리가 고기 냄비 곁에 앉아 빵을 배불리 먹던 그때, 이집트 땅에서 주님의 손에 죽었더라면! 그런데 당신들은 이 무리를 모조리 굶겨 죽이려고, 우리를 이 광야로 끌고 왔소?”(탈출 16,3) 그들은 이미 이집트에서의 옛 생활 방식을 동경하고 있었다. 이것은 그들이 광야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하느님은 빵과 고기를 제공하실 것이라고 모세에게 말씀하신다. “이제 내가 하늘에서 너희에게 양식을 비처럼 내려 줄 터이니, 백성은 날마다 나가서 그날 먹을 만큼 모아들이게 하여라.”(탈출 16,4) 이스라엘은 양식을 각자 그날 먹을 만큼 거두어 들여야 했다. “너희는 저마다 먹을 만큼 거두어들여라. 너희 식구의 머리 수대로 한 오메르씩, 저마다 자기 천막에 사는 이들을 위하여 가져가거라.”(탈출 16,16) 어떤 이는 더 많이, 어떤 이는 더 적게 모아들였으나, 각자 정당한 충분함을 가지게 되었다. “더러는 더 많이, 더러는 더 적게 거두어들였다. 그러나 오메르로 되어 보자, 더 많이 거둔 이도 남지 않고, 더 적게 거둔 이도 모자라지 않았다. 저마다 먹을 만큼 거두어들인 것이다.”(탈출 16,17-18) 이스라엘은 거두어들인 양식을 그 다음 날까지 남겨 두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엿샛날에는 한 사람에 두 오메르씩, 곧 양식을 갑절로 거두어들여야 했다. 왜냐하면 이렛날은 주님을 위한 거룩한 안식일이기 때문이다.

이집트로부터의 해방 이후 이스라엘을 위한 첫 가르침인 탈출기 16장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본문의 처음과 끝에서 제시된다. “그리하여 모세와 아론이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에게 말하였다. ‘저녁이 되면,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신 분이 주님이심을 너희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너희는 주님의 영광을 보게 될 것이다. 주님께서는 너희가 주님께 불평하는 소리를 들으셨다. 도대체 우리가 무엇이기에 너희가 우리에게 불평하느냐?’”(탈출 16,6-7) “모세가 말하였다. ‘주님께서 내리신 분부는 이렇다. 그것을 한 오메르 가득 채워 대대로 보관하여라. 그리하여 내가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낼 때, 광야에서 너희를 먹여 살린 이 양식을 자손들이 볼 수 있게 하여라.’”(탈출 16,32)

이스라엘은 그들을 위한 하느님의 놀라운 행위를 인정하는 것을 배워야 했다. 그들은 하느님에게 의지하고 그분을 신뢰하며 살아야 했다. 즉 이스라엘은 모든 이를 위한 충분함의 경제(economy of enough)에 의해 살아야 했다. 그것은 일부를 위한 과잉 축적의 경제와 다른 이들을 위한 배고픔의 경제에 대한 거부를 의미한다. 이스라엘은 그들이 이집트에서 노예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했다. 그래서 약속의 땅에서의 새로운 삶은 그 이집트에서의 경험을 반복해서는 안 되었다. 그러나 사실상 이집트, 가나안, 아시리아, 바빌론, 로마 제국에서는 부(富)가 축적되고 권력이 집중되는 사회-경제적 체제가 실행되었고, 그 결과 가난과 주변화(marginalization)가 초래되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로부터의 해방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정의를 실천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약한 이들을 도와주며, 하느님의 백성이 충분함을 사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안식일의 실천은 놀라운 경제적 전망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충분함의 경제이다. 그것은 구원의 역사에서 중심이 되는 해방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종교를 경제에서 분리하고, 영성(靈性, spirituality)을 물성(物性, materiality)에서 분리하려는 시도를 극복하는 통합적인 전망을 제시한다. 하느님 백성의 소명은 대안적인 사회적 가능성(alternative social possibility)을 창조하는 것이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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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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