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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65) 경제와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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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란 일반적으로 생산, 유통, 분배, 소비를 포함하는 일련의 인간 활동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경제(經濟)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말로서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을 구제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여기에서 경제는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표현된다.

그리고 경제는 세상과 백성의 삶, 생활, 곧 살림살이와 관련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결국 경제라는 말은 “온 세상의 평화로운 살림살이”를 의미한다.

한편 서양말에서 경제(economy)는 그리스어 오이코스(oikos)에서 유래했다. 오이코스는 집을 뜻할 뿐 아니라 가정, 가족, 집안을 의미한다. 그리고 오이코스는 집과 그 집에 사는 모든 구성원의 안녕(well-being)과 환경을 가리킨다. 그래서 집안은 기본적으로 그곳에 사는 구성원의 삶, 생명, 살림을 지속시키고 보호한다.

그리고 그 집안의 구성원은 모든 이의 공동선(common good)을 위하여 집안을 돌보는 책임을 가진다. 이러한 의미에서 경제(economy)의 그리스어 어원인 오이코노미아(oikonomia)는 집안 살림의 계획, 경영, 관리, 청지기의 일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제는 다양한 형태의 집안 살림, 곧 가정, 공동체, 민족, 세계의 살림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청지기의 일과 관련 있다. 그것은 집안의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지고 위풍당당하게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약성경에서 우리는 그리스어 오이코노모스(oikonomos)를 발견한다. 이 단어는 집사, 청지기를 가리킨다. 대표적인 예가 예수님의 ‘약은 집사의 비유’(루카 16,1-8)이다.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 중에는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루카 12,42)라는 표현도 나온다. 여기에서 집사, 청지기는 집안과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사도 바오로는 이 단어를 은유적으로 사용한다. 즉 이 단어로 사도직의 권위와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대한 지식을 표현한다.

사도는 ‘하느님의 신비를 맡은 관리인’(1코린 4,1)이고 그리스도의 시종이다. 티토 1,7에서 교회의 지도자인 감독은 ‘하느님의 관리인’으로 소개된다. 1베드 4,10에서는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다양한 은총의 훌륭한 관리자’로 표현되고 갈라 4,2에서는 후견인과 함께 관리인이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그리고 오이코노미아(oikonomia)는 이 오이코노모스(oikonomos)가 수행하는 직무를 가리킨다. 앞서 언급한 ‘약은 집사의 비유’에서 이 단어는 집사의 일, 집사 자리를 의미한다.(루카 16,2.3.4.) 사도 바오로의 서간에서 이 단어는 사도의 일, 사도 직무를 가리킨다.(1코린 9,17 에페 3,2 콜로 1,25)

한편 오이코노미아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 구원의 경영, 구원의 질서를 의미한다. 이러한 용법은 다음과 같다. “그것은 때가 차면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한데 모으는 계획”(에페 1,10), “과거의 모든 시대에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 안에 감추어져 있던 그 신비의 계획”(에페 3,9), “하느님의 계획”(1티모 1,4) 등이다.

그런데 경제(economy)는 생태(ecology)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그것은 이 두 단어 모두 그리스어 오이코스(oikos)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분명하다. 경제가 집안 살림살이의 계획, 경영, 관리, 청지기의 일과 관련 있다면, 생태는 집안 살림의 자연, 환경, 생태계(ecosystem)와 관련 있다. 즉 생태는 생태계와 집안 구성원의 미래를 확실하게 하는 환경, 자연, 자원의 보존을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경제와 생태가 공통적으로 삶, 생활, 생명, 살림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다시 말해 경제와 생태의 중심은 생명의 증진과 옹호, 곧 살림에 있다.

따라서 대안적인 사회적 가능성(alternative social possibility)을 찾는 우리는 지배적 경제 체제의 논리를 거슬러, 경쟁 보다는 연대를, 이윤 보다는 인간에 대한 관심을, 성장 보다는 생태적 완전함과 온전함, 곧 샬롬을, 죽음 보다는 생명을, 죽임 보다는 살림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관심은 온 인류 가족의 집안 살림과 그 환경을 돌보는 경제에 있기 때문이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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