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79) 노아 이야기의 생태학 (1)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성경에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맺어진 여러 계약들이 소개된다. 노아와의 계약(창세 9장),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들과의 계약(창세 15장 17장), 시나인 산에서 이스라엘과의 계약(탈출 19-24장), 레위(말라 2,4-5), 피느하스(민수 25장) 그리고 다윗과의 계약(2사무 7장) 등이 구약 성경의 계약들이다. 이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나이 산 계약이다. 구원의 역사에서 이 일련의 계약들은 마침내 예수님의 새로운 계약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마르 14,24 히브 12,24)

이러한 성경의 계약들 중에서 제일 먼저 소개되는 것은 홍수 이후 맺어진 노아와의 계약이다. 홍수 이후 하느님은 노아에게 말씀하신다. "이제 내가 너희와 너희 뒤에 오는 자손들과 내 계약을 세운다. 그리고 너희와 함께 있는 모든 생물, 곧 방주에서 나와, 너희와 함께 있는 새와 집짐승과 땅의 모든 들짐승과 내 계약을 세운다."(창세 9,9-10) 성경의 하느님은 계약을 맺으시는 분이시다. 성경에서 계약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계약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인간과의 계약에서 주도권을 가지신다. 그래서 하느님은 노아와, 땅과 맺는 계약을 "내 계약"이라고 표현하신다. 노아와의 계약에서 시작하여 하느님은 당신의 구원 계획, 곧 인간 사회와 창조 세계의 힐링(healing)과 회복(restoration)을 주도적으로 계시하신다. 모든 계약에는 표징이 있는데, 노아와의 계약에서 표징은 무지개이다. "내가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창세 9,13)

하느님이 노아와 맺으신 계약의 특징은 다차원적(multidimensional)이고 생태학적(ecological)이다. 먼저 계약의 상대가 누구인가를 살펴보는 것이 흥미롭다. 계약의 첫 상대는 노아와 그의 가족이다. 이것은 노아의 직계 가족만이 아니라 "너희와 너희 뒤에 오는 자손들"(창세 9,9), 곧 "미래의 모든 세대"(창세 9,12)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 계약은 하느님과 온 인류 사이의 계약이다. 노아와의 계약은 타락과 홍수 이후 새로운 시작을 표시한다. 즉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상술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실상의 구원 계획은 아브라함의 소명에서라기보다는 노아 이야기에서 시작한다고도 할 수 있다.

창세기 9장의 계약은 하느님과 노아의 가족뿐 아니라 "땅 위에 사는, 온갖 몸을 지닌 모든 생물"(16절)을 포함한다. 즉 노아와의 계약에는 땅의 모든 피조물이 포함된다. 이 계약에서 강조되는 땅의 차원은 "너희와 함께 있는 모든 생물"(10.12절), "너희와 함께 있는 새와 집짐승과 땅의 모든 들짐승"(10절), "온갖 몸을 지닌 모든 생물"(15절), "땅 위에 사는 모든 살덩어리들"(17절) 등의 표현에서 잘 드러난다. 이러한 의미에서 하느님은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13절) 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노아와의 계약에서는 왜 살아있는 모든 생물이 강조되는가? 이것은 한처음에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의 완전한 다양성을 반영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창세기 1-2장의 창조 이야기가 노아 이야기의 배경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홍수 이전에 하느님은 노아에게 정결한 짐승, 부정한 짐승, 하늘의 새, 즉 피조물의 모든 종류를, 모든 종류의 생물을 방주 안으로 데려가도록 말씀하신다.(창조 7,2) 여기에서 우리는 모든 세대, 모든 피조물을 위한 하느님의 돌봄과 관심을 발견하게 된다. 즉 모든 종류의 생물이 가지는 생태학적인 의미를 만나게 된다. 이와 같이 노아와의 계약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는데, 하느님 자신이 이 모든 종류의 생물과 계약을 맺으신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느님은 모든 피조물의 창조주이시고 지속시키는 분(Sustainer)이시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참새 다섯 마리가 두 닢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마리도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신다."(루카 12,16) 모든 피조물은 인간의 지속가능성과도 밀접히 관련된다. 왜냐하면 인간의 안녕은 광범위한 다양성 안에서 생물의 풍부함, 곧 생태학적으로 균형 잡힌 관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창세기 9장의 계약은 세 가지 차원의 계약이다. 그것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좁은 차원의 계약이 아니라, 하느님, 모든 민족, 그리고 온 땅 사이의 계약이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2-1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9

마르 4장 24절
너희가 되어서 주는 만큼 되어서 받고 거기에 더 보태어 받을 것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