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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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 (3) 누가 원죄를 지었나?

하느님의 인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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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원죄를 지었는가. 어떤 이들은 여자가 먼저 죄를 지었다고 한다. 또는 여자가 남자보다 쉽게 유혹에 빠지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기 배우자가 큰 위험에 빠지는데 막지 못하고 오히려 자연스레 함께 죄를 짓는 아담의 모습은 어떠한가? 원죄를 지은 이는 그 어느 한쪽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 ‘둘 다’라는 사실을 다음 구절이 고발한다.

“그러자 그 둘은 눈이 열려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서 두렁이를 만들어 입었다”(3,7).

그리스도와 아담을 비교하는 가운데, 첫 인간 아담을 통해 죄가 세상에 들어왔음을 분명히 해준다.

“아담부터 모세까지는, 아담의 범죄와 같은 방식으로 죄를 짓지 않은 자들까지도 죽음이 지배하였습니다. 아담은 장차 오실 분[그리스도]의 예형입니다”(로마 5,14).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에서 아담 내외를 하나로 묶어, 범죄 한 첫 인간 - 아담이라고 일컫고 있다.

그렇다면 뱀의 말이 맞았을까? 일단 그렇게 보인다. 하느님 명령을 어기면 그 순간 새로운 눈이 열린다고 했는데, 그 말대로 아담 내외가 이제까지 알몸이었지만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던 것을 의식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뱀의 유혹에 빠져 얻은 지식은 첫 인간이 벌거벗고 있음을 깨달은 것, 부수어지는 약한 존재임을 인식한 것에 불과하다.

하느님께서는 먹으면 죽는다고 하셨지만, 그에 반해 뱀은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3,4ㄴ)라고 말한다. 아담 내외는 그 열매를 같이 따 먹고도 끄떡없이 살아남아 무화과나무 잎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또 수풀 속으로 숨어들어 가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일단 뱀의 말이 적중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 결코 아니다.

유혹에 빠진 아담은 뱀의 말대로 육신은 멀쩡하게 살아있지만, 그 내면의 세계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죄를 저지른 아담 내외는 알몸을 가리고 나서도 두려워 견딜 수가 없었다. 목숨은 부지했지만 부부가 서로를 전처럼 순수하게 바라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더구나 자신을 지어내신(낳아주신) 창조주 하느님께 등을 돌리는 신세가 되었다.

하느님 앞에 더 이상 전처럼 나타날 수조차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하느님께서 이르신 죽음은 이런 처지를 두고 하신 말씀이다.

아담의 변명은 무엇이었을까. 하느님께서는 먼저 자신을 피해 달아난 아담을 찾으신다. 그분께서는 계명을 어겼다고 단번에 벌하시지 않고 변명의 기회를 주신다. 아담은 핑계를 댄다.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먹었습니다”(3,12).

아담은 이렇게 먼저 자기 책임을 부정하여 벌을 면해보고자 했다.

여자는 어떠했을까.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지체 없이 변명한다.

“뱀이 저를 꾀어서 제가 따 먹었습니다”(3,13ㄴ).

하느님께서는 여자의 핑계도 일단 받아주신다. 하지만 뱀에게는 변명의 여지없이 벌을 내리신다.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너는 모든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에서 저주를 받아 네가 사는 동안 줄곧 배로 기어 다니며 먼지를 먹으리라…”(3,14).

뱀에게는 구실을 댈 기회조차 주지 않으신 하느님께서 아담 내외에게는 차례로 변명의 기회를 주셨다.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는 타락한 인간에게 회개의 기회를 주시는 그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느님의 인류사랑’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다. 그렇다면 그분의 고민은 무엇일까?



신교선 신부는 1979년 사제수품 후, 스위스 루체른 대학교에서 성서주석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역임, 현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와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인천 작전동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신교선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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