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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 (6) 노아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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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이 혼인했다는 이야기(창세 6,1-4)는 신성한 천상 존재와 속된 지상 존재들이 뒤섞여버렸다는 뜻이다. 창세기는 세상이 통째로 타락했음을 고발한다.

“하느님께서 내려다보시니, 세상은 타락해 있었다. 정녕 모든 살덩어리가 세상에서 타락한 길을 걷고 있었다”(6,12).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말씀하신다.

“내가 창조한 사람들을 이 땅 위에서 쓸어버리겠다”(6,7ㄴ).

심판의 예고다. 뒤따르게 될 대홍수가 왜 일어나게 되는지를 깨우쳐주는 말씀이다.

그렇다면 노아는 누구인가? 창세기 저자는 그런 가운데에 노아 가정만은 달랐다고 전한다.

“노아는 당대에 의롭고 흠 없는 사람이었다. 노아는 하느님과 함께 살아갔다”(6,9). “내가 보니 이 세대에 내 앞에서 의로운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7,1ㄴ).

한편으로는 세상 사람들 사이에 늘어나는 죄악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이 전면에 나타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인 노아 가족을 통해 보여주신 그분의 엄청난 은총이 맞물려 나타난다.

홍수 이야기는 이미 고대 중동지방에 널리 퍼져있었다. 그 가운데 길가메시 서사시에 나오는 바빌론 홍수 설화가 유명하다. 창세기의 홍수 이야기는 다른 여러 홍수설화들과 신학적인 관점에서 뚜렷이 구별된다. 빼놓을 수 없는 바는 하느님께서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노아와 계약을 맺으신다는 사실이다. 노아에게 지으라고 명하신 방주는 일반 배가 아니라 성전을 본 따서 만들게 된다. ‘방주’란 히브리어 낱말은 본디 어린 모세를 넣어 강가 갈대 사이에 두었던 ‘상자’(궤)와 같다(참조: 탈출 2,3). 하느님께서는 인류의 타락에도 불구하고 의인 노아에게 은혜를 베푸시어 인류구원을 새롭게 시작하신다.

주님 보시기에 세상은 악하기 그지없었다.

“주님께서는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많아지고, 그들 마음의 모든 생각과 뜻이 언제나 악하기만 한 것을 보시고, 세상에 사람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6,5-6).

홍수가 그치고 나서, 곧 홍수를 통한 심판이 끝나자마자 하느님께서는 다짐하신다.

“주님께서 [노아의 번제물의] 향내를 맡으시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셨다. ‘사람의 마음은 어려서부터 악한 뜻을 품기 마련 내가 다시는 사람 때문에 땅을 저주하지 않으리라…땅이 있는 한 씨뿌리기와 거두기, 추위와 더위, 여름과 겨울, 낮과 밤이 그치지 않으리라’”(8,21-22).

이 시 구절은 자연법칙의 항구성을 말해준다. 하느님께서 노아의 번제물을 보시면서 인류에게 절기의 순환을 보장해주신 것이다. 인간 행동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하느님 축복을 일컫는다.

노아와 맺으신 계약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무조건적 계약이다. 하느님께서는 아무런 조건도 없이 노아와 계약을 맺으신다. 이는 훗날 시나이 산에서 모세와 맺으시는 조건부 계약과는 다르다.

“이제 너희가 내 말을 듣고 내 계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나의 소유가 될 것이다”(탈출 19,5).

하느님께서는 노아와 그 아들들에게 축복하시면서 앞으로는 결코 홍수로 인류를 심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신다.

“이제 내가 너희와 너희 뒤에 오는 자손들과 내 계약을 세운다…내가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9,9-13).

“내가 무지개를”의 히브리말 본문은 본디 “나의 활”로 되어있다.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흔히 ‘무지개’라고 번역한다. 노아에게 맺어주신 은총의 계약은 그가 낳은 세 아들 셈, 함, 야펫을 통하여 실현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행복한 인류역사가 펼쳐지는가?



신교선 신부는 1979년 사제수품 후, 스위스 루체른 대학교에서 성서주석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역임, 현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와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인천 작전동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신교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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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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