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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 (8) 아브라함의 실패와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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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아브람’으로 부르던(창세 11,26-17,5ㄱ) 이름을 하느님께서 어느 날 ‘아브라함’으로 바꾸어주신다(17,5ㄴ).

“너는 더 이상 아브람이라 불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너의 이름은 아브라함이다. 내가 너를 많은 민족들의 아버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네가 매우 많은 자손들을 낳아, 여러 민족이 되게 하겠다”(17,5).

고대사회에서 새로운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그의 운명이 새롭게 됨을 의미했다. 이제부터 아브람은 ‘많은 민족들의 아버지’요 ‘신앙인들의 조상’이 된다.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이’가 ‘사라’ 라는 새 이름을 받음으로써 그녀의 운명 또한 바뀌어 하느님의 구원계획 한가운데에 들게 된다. 본디 사라이와 사라는 둘 다 왕비를 뜻하는 표현이다.

부르심 받은 아브라함은 그분 말씀에 따라 정든 고장 하란을 떠나 가나안으로 향한다(12,4). 이 소명 체험으로 그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그의 새로운 운명은 느닷없이 부르시는 그분 말씀에 순종함으로 시작된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12,1). 그는 야훼께서 보여주실 약속의 땅, 구원의 땅을 향하여 한마디 반문도 없이 그냥 떠난다.

아브라함이 본래부터 흠 없고 완벽한 인간이었는지 아닌지는 성경이 답을 준다.

아브라함은 네겝 지방에 기근이 들자 아내를 데리고 이집트로 내려간다. 그가 아내에게 부탁한다.

“여보, 나는 당신이 아름다운 여인임을 잘 알고 있소. 이집트인들이 당신을 보면, ‘이 여자는 저자의 아내다’ 하면서, 나는 죽이고 당신은 살려줄 것이오. 그러니 당신은 내 누이라고 하시오. 그래서 당신 덕분에 내가 잘되고, 또 당신 덕택에 내 목숨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시오”(12,11ㄴ-13).

잔뜩 겁먹은 아브라함은 살아남기 위해 여지없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 자기 목숨을 구하려고 아내를 누이라고 속임으로써 아내를 한시적으로나마 다른 남자에게 넘겨주는 끔찍한 우를 범하게 된다(20,1-13 참조). 거짓은 분명 의로운 행위가 아니라 하느님 뜻을 저버리는 행위다.

한 인간으로서 또 신앙인으로서 실패한 아브라함, 좌절을 맛본 아브라함은 계속 어둠의 길을 가는가? 아니다. 영원하신 분을 믿는 그는 그러한 어둠, 좌절을 통하여 새로운 지혜를 터득한다. 부르심 받은 자라고 해서 언제나 또 무조건적으로 성공을 거두게 되는 것이 아님을 아브라함은 터득한다. 자신의 나약함을 절실히 깨달은 아브라함, 결정적인 순간에 아내를 지켜주지 못한 그는 마음을 비운다. 모든 것을 그분 앞에 내려놓고 그분 음성을 듣고 따르고자 온 힘을 기울인다.

아브라함은 이집트로 내려가서 큰 부자가 되어 다시 네겝으로 올라온다(13,1). 그가 조카 롯과 함께 지내는데 가축이 너무 많아 갈등이 자주 발생했다.

“그 땅은 그들이 함께 살기에는 너무 좁았다. 그들의 재산이 너무 많아 함께 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브람의 가축을 치는 목자들과 롯의 가축을 치는 목자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였다”(13,6-7ㄱ).

결단을 내릴 때가 온 것이다. 누가 더 좋은 땅을 차지할 것인가! 예나 지금이나 기득권을 가진 삼촌이 더 좋은 것을 차지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마음을 비우고 기득권을 내려놓는다.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너와 나 사이에, 그리고 내 목자들과 너의 목자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네가 왼쪽으로 가면 나는 오른쪽으로 가고, 네가 오른쪽으로 가면 나는 왼쪽으로 가겠다”(13,8-9).

그리하여 조카 롯이 물도 넉넉하고 땅도 비옥한 요르단의 온 들판을 차지하게 된다. 조카에게 선택권을 주어 좋은 땅을 다 내어준 아브라함은 어떻게 될까.



신교선 신부는 1979년 사제수품 후, 스위스 루체른 대학교에서 성서주석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역임, 현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와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인천 작전동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신교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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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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