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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숙 노엘라의 생명의 빛을 찾아서] (7) 꿩 솟대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김광숙 노엘라(국제가톨릭형제회 A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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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미마을은 마을을 둘러싼 산의 형상이 꿩이 매를 피하여 엎드려 있는 모습과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꿩뫼, 한자 표기식으로는 치산(雉山)이다. 그래서 도로명은 치산길이다. 꿩을 경상도에서는 꽁이라 하고, 뫼를 미라고 한다. 꿩뫼가 세월이 흘러 꼬미가 되었으리라. 꼬미라는 말은 지금은 정겹고 다정하게 느껴져서 자랑스럽게 말하지만, 어릴 때는 촌스럽고, 뭔지 모르게 부끄럽게 여겨져서 꼬미동네에 산다고 말하기보다 행정명인 인안2리에 산다고 말하곤 했다. 꼬미라고 말하면 “어머, 꼬미가 뭐꼬? 야, 우낀다. 꼬랑댕이가?” 하며 아이들이 놀리기도 했다. 요즈음 사람들이 꼬미를 막내에게 붙이는 애칭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꼬미동네는 실제로 개진면에서 끝 동네다.

꼬미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었던 고기는 아마 꿩고기였을 것이다. 특히, 겨울 반찬은 거의 꿩이었다. 그래서일까? 장수마을이다. 내년이면 90세 이상이 열 분이 되고, 마을 인구의 절반이 90세 이상이 된다. 세계적인 재난 코로나19 시국이 3년이 지났지만, 꼬미마을에는 코로나19로 감염된 이가 아직 한 사람도 없다. 아랫마을, 이웃마을만 해도 사정이 다르다. 이 정도면 청정지역이라고 해도 될 것 같지 않은가? 이렇게 좋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이 마을을 아름답게 만들고 가꾸어 마을의 새로운 문화를 이어가기를 바랄 뿐이다.

미래를 꿈꾸며, 지금, 여기에 충실한 삶을 살자. 마을 공동체를 지키는 신앙의 의미보다는 선조들의 전통과 역사를 찾는 예술적인 차원에서 마을 입구에 솟대를 설치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우리는 솟대로 오리보다는 꼬미동네를 상징하는 새, 꿩으로 만들기로 했다. 손재주가 좋은 60세가 된 청년(?)과 80세가 훨씬 넘으신 어르신과의 합작품이다. 작품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 페인트를 칠해야 한다는 의견과 나무의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지만, 어떤 작품은 칠을 하고, 어떤 작품은 본래 모습 그대로 설치하여 서로의 마음을 잘 담았다. 조율하는 상생과 평화는 우리들의 큰 이념이다.

주민들의 소망과 희망을 싣고 나르는 꼬미마을 반려 새인 꿩, 하루 24시간 의미를 담아 장기와 까투리 스물네 마리를 세웠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인 시간, 하루의 시간 안에서 주님의 창조물인 꿩들과 주민들은 하루 내내 이 마을 안에서 하나가 된다. 마을에 들어서면 뒷동산에서 자란 누룩나무, 오동나무, 느티나무 그리고 관솔로 만든 솟대 꿩들의 합창이 들리는 듯하다. 실제로도 마을을 둘러싼 앞산, 뒷산에서 꿩들이 “꿩, 꿩, 꿩” 소리를 내며 날아다닌다. 온갖 새들이 신명 나게 살 수 있는 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반려 새 꿩들의 소리가 있는 한, 꼬미마을은 살기 좋은 마을이다.

더불어 꿈꾼다. 꼬미 마을에서 지금은 나 홀로 그리스도인이지만, 익명의 그리스도인이 한 사람 두 사람 늘어나 꼬미마을에 신앙 공동체가 생기고, 마을 광장에서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며, 꿩들의 노랫소리 들으며, 미사 전례를 하는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것이 고향으로 돌아온 또 하나의 연유이다. 오늘도 나에겐 꿩 솟대가 주민들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활짝 열어줄 성령의 비둘기처럼 보인다. 성령으로, 성령으로 이끌어 주소서! “하늘의 새들아, 사람들아, 모두 주님을 찬미하여라.”(다니 3,80-82 참조)



김광숙(노엘라) 국제가톨릭형제회(A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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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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