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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섭 박사의 나무와 숲 이야기

(42)숲길 걷기는 우리 몸과 마음에 어떻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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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걷기는 우리 몸과 마음에 어떻게 좋을까?
신원섭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

내가 사는 동네에는 구룡산이란 뒷산이 있어 출퇴근을 숲길로 하는 호사를 누리며 살았다. 집에서 나와 내 연구실까지 약 40분이면 도착하는데 거리도 적당할뿐더러 숲길의 경사 높낮이가 다양해서 운동 효과도 좋다. 출근과 퇴근을 이 숲길을 따라 하고 나면 따로 시간을 내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하다.

만일 실내에서 운동기구를 가지고 40분을 걷는다면 지루하고 억지로 해야 하는 운동일 텐데 숲길 걷기는 그 자체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운동에 몰입하게 된다. 최근 호주에서 발표된 운동 강도와 그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숲 걷기가 얼마나 운동 효과가 큰지 알 수 있다. 강도 높은 운동을 장시간 계속하는 것보다 중간마다 강약을 조절하면서 하는 운동이 효과 면에서 가장 크다는 연구인데, 그렇다면 숲길을 걷는 것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 다양한 지형과 산의 경사가 이런 효과를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숲에서의 운동은 혈압이나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크다고 한다. 물론 과격한 등산은 심장에 무리를 주겠지만, 숲길을 걷는 정도의 자신에게 맞는 운동은 매우 적절하다는 연구가 있다. 오스트리아 심장 전문의인 드레첼 박사는 숲길의 내리막과 오르막길을 걷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 아주 흥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 숲길을 올라간 사람들에게서는 혈중지망의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났고, 내리막길을 걸은 사람들에게서는 혈당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또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은 두 집단 모두에게서는 혈중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했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를 소개한다. 숲길 걷기에 참여한 중년여성들의 체력과 심리적 변화에 관한 연구이다. 운동장에서의 걷기 운동과 숲길을 걷는 집단과의 차이를 비교한 결과 숲길을 걸었던 중년 여성들은 운동장에서 걸었던 집단에서보다 자기효능감이나 긴장 또는 우울과 같은 심리적 변화가 크게 개선됐다. 체력적인 면에서도 숲길 걷기 집단이 하지 근력, 허리 유연성, 민첩성, 심폐지구력 등에서 운동장 집단에서보다 더 큰 효과를 얻었다는 결과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경험한 가장 큰 숲길 걷기 효과는 체중조절이다. 2020년 세계비만연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약 38가 비만에 시달린다고 한다. 비만은 그 자체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지속되면 고혈압, 심혈관질환, 당뇨나 암 등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런데 그저 숲길로 출퇴근하는 것뿐인데도 항상 일정한 체중이 유지된다. 체중을 유지하려고 다이어트에 크게 신경을 쓰는데 숲길 걷기는 이런 걱정을 덜어준다.

그뿐 아니다. 숲길을 걸을 때 우리의 인지능력은 엄청나게 활성화된다. 복잡한 일이 있어 잘 안 풀릴 때,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모든 것을 집어던지고 숲에 가서 걷자. 그러고 나면 자연스레 해법이 생기고 복잡했던 머리가 정리된다. 나 역시 출퇴근 숲길을 걸으며 운동 효과도 보지만 여러 생각이 정리되고 일머리가 가지런해짐을 느낀다. 

미국의 한 회사가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숲에서 회의했을 때, 사내 회의실에서 회의했을 때보다 훨씬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제안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 우리 실험실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가 이를 입증해 준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숲길과 도심을 30분씩 걷게 하고 인지능력을 측정해보았더니 숲길을 걷고 난 후 인지능력의 향상이 눈에 띄게 증가했지만, 도심을 걸은 학생들의 인지력은 오히려 감소됨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숲길 걷기는 우리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향상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 걷기 좋은 계절이다. 숲으로 가 활기차고 행복한 삶을 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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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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