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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사랑을 체험하는 성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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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시기는 회개와 보속의 시기, 하느님과 화해하는 때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빕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2코린 5,20)

하느님과 화해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자비로운 아버지를 새롭게 만나는 것이다. 우리를 향한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을 다시금 깨닫고, 그 사랑에 진심으로 응답하지 못한 우리 잘못을 뉘우치고 아버지께 돌아가는 것이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루카 15,11-32 참조)에서 아버지께 돌아온 작은아들을 애처로운 마음으로 반갑게 맞아준 아버지처럼, 하느님께서도 당신께 돌아오는 자녀를 반갑게 맞아주시며 자녀로서의 품위를 회복시키시고 기쁨의 잔치를 벌여주신다. 잘못을 인정하고 아버지께 돌아가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용기를 내어 발걸음을 아버지의 집으로 옮길 수 있을 때 우리는 모든 짐이 사라짐을, 하느님 자녀로 살아가는 진정한 자유가 어떤 것인지를 실감할 것이다.

사순 시기의 마지막 주간인 성주간은, 예수님과 예루살렘으로 올라 그분의 마지막 날들을 함께 보내며, 우리를 향한 그분의 마음, 세상에서 가장 숭고하고 아름다운 그 사랑을 깊이 체험하는 때다.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 죽음은 하느님의 계획에 없었던 우연한 사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말씀이 사람이 되어 이 세상에 오신 하느님 사랑의 종결이었다.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누추한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주님께서는 가장 미소한 이들과 운명을 함께하시고, 인간이 겪는 모든 것을 몸소 겪으심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크며, 그 사랑을 받는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보여주셨다. 이제 죽음과 죽음 앞의 번민까지도 당신 것으로 하시며, 우리가 죽음의 그늘 밑에 머물지 않고 그분과 함께 영원한 생명과 영광의 나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끄신다.

성주간 전례 굽이굽이에서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기 위해서는 진정어린 회개가 요구된다. 주님을 따르던 제자들은 구세주께서 ‘고난 받는 주님의 종’처럼 자기 삶을 양들을 위해 내어주시는 착한 목자임을 나중에야 깨달았던 것이다. 성주간에 우리 역시 주님이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걸으며, 힘으로 지배하는 세속의 권력이 아닌 나약한 모습으로 상처 입고 돌아가신 십자가의 예수님에게서 하느님의 권능을 알아보도록 초대된다.(1코린 1,23-25 참조)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실패한 사랑, 철저히 외면당한 사랑이 아닌, 죄와 죽음을 이긴 놀라운 사랑의 힘을 발견하도록 초대된다. 우리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인간의 죽을 운명까지도 당신 것으로 하시며, 인간을 살리기 위해 당신의 전부를 내어주신, 목숨까지 내어주신 ‘끝까지’(요한 13,1 참조) 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우리는 예수님의 수난에서 시련과 환난 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견뎌내야 하는 이유와 그럴 수 있는 힘을 발견한다. 지금 괴롭고 힘들 때, 슬프고 외로울 때, 병들어 아프고 절망스러울 때, 모든 사람에게 버림받은 것처럼 외롭고 쓸쓸히 느껴질 때, 예수님께서 이미 그 길을 걸어가셨음을, 우리가 겪는 고통을 이미 겪으셨음을 기억한다. 주님은 우리가 그 어떠한 환난도 시련도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환난과 시련이 끊임없이 닥치는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끝까지 버텨내기를, 인내와 수양을 쌓으며 희망을 찾고 이웃에게 전하기를 바라신다.(로마 5,3-5 참조)

성주간 동안 예수님과 함께 걸으며 그분의 사랑을 발견하고 하느님과 화해하는 놀라운 기적을 경험할 수 있기를 청해본다.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한민택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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