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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신부님, 또 들어왔습니다

김기원 신부(수원교구 교정사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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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소 후 다시 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들어오는 형제들을 종종 만납니다.

 출소 전에 있었던 교도소에서 다시 만나는 경우도 있고, 혹은 다른 수용자들이 "아무개가 다른 교도소에 또 수감됐다"고 제게 말해줍니다. 알고 지내던 수용자가 다시 죄를 짓고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우울해집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수용자들이 이런 소식을 먼저 듣고 이야기해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누가 무슨 죄를 짓고 어느 교도소에 있다는 것부터 공범과 피해자와의 관계까지 줄줄이 꿰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신비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갇혀있으면서도 어떻게 그리 정보는 빠른 것인지….

 여주교도소에서 만난 형제를 안양교도소에서 다시 만난 적도 있었고, 안양교도소에서 안수를 받고 출소한 형제가 다시 죄를 짓고 같은 교도소에 들어와 인사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죄를 짓고 다시 들어와 저를 만나면 "죄송하다"하고 말하는 형제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일부러 아는 척을 하지 않고 몰래 숨어 지내는 형제도 있고, 무슨 죄를 지었는지 다 알고 있는데도 다른 죄를 짓고 들어온 것처럼 뻔뻔하게 말하는 형제도 있습니다.

 다시 죄를 저지른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형제도 만납니다. 스스로를 미워하며 괴로워하는 형제를 만날 때면 이들에게 많은 위로와 치유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아주 가끔 죄의식이 전혀 없는 형제를 만납니다. 범죄에 대한 뉘우침이 없이 당당하게 행동합니다. 잘 아는 형제가 또 죄를 짓고 붙잡혀왔다는 소식을 듣고 수녀님과 함께 경찰서 유치장을 찾아가 면회를 한 일도 몇 번이나 있습니다.

 소년원도 성인 교도소와 상황이 비슷합니다. 죄를 저지르고 다시 들어온 아이들 소식을 원생들이 먼저 전해줍니다. 집회 때 그 아이들을 만나면 성인 수용자와 반응도 흡사합니다.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안수까지 받고 출소한 형제들이 다시 교도소를 들어오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전과자라는 이유로 출소자들을 배척하고 그들에게 재활 기회를 주지 않는 것도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출소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롭게 출발하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깨닫습니다. 출소자들이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또 그들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우리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품어주고 보듬어주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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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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